적자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DCF’ 적용 기업가치 올려
회계업계·제약사들 “무리한 회계기준을 적용한 것” 지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해 막대한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그 결과 이듬해인 2016년 11월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됐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2900억원→4조8000억원

2016년 12월 참여연대가 제기한 삼성그룹 계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고발 초기에 제기됐던 문제를 넘어 이제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의 하나였던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핵심은 '분식회계 의혹'이다. 2016년 참여연대 측은 ▲특별한 이유 없이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점 ▲발생하지 않은 콜옵션을 과대해석해 종속회사의 연결관계를 변경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결국 이듬해인 2017년 4월 금융감독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1일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감사인들에게 '조치관련 통지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에 어떤 논란이 있길래 금감원은 ‘조치 사전통보서’를 보낸 것일까. 뒷말이 무성한 삼성에피스의 DCF 회계기준에 대해 알아봤다. 

적자기업에 적용된 현금흐름할인법(DCF)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로직스)는 2015년 파트너사였던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회계기준을 변경했다. 그 결과 적자기업이던 삼바로직스는 5조원대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삼바로직스는 5조원대 기업이 됐을까. 

적자기업을 5조원대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었던 마법은 바로 '현금흐름할인법(DCF)‘이라는 놀라운 회계기준에 있었다. 

삼바로직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합작파트너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능성이 제기되자 삼바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회계기준 역시 장부가액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변경했다. 공정시장가액은 회계준칙 상 다양한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는 데, 삼바에피스가 선택한 회계기준은 현금흐름할인법(DCF)였다. 

현금흐름할인법은 미래의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전환시켜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방법 중 하나로, 평가자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될 수 있고, 평가 리스크도 커서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기피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회계업계에서는 비상장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DCF를 적용하기보다는 장부가격을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바로직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삼바에피스의 가치를 4조8800억원으로 평가했다. 삼바에피스의 전체 지분 중 91%를 보유하고 있던 만큼 삼바로직스는 삼바에피스의 전체가치를 5조3000억원대로 평가한 셈이다. 

삼바로직스는 이에 대해 "당시 DCF 기준을 적용해 외부 평가기관인 안진회계법인에 의뢰한 결과 삼바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매출 및 현금흐름 전망에서 성공 가능성을 감안해 전체 기업가치를 5조2726억원으로 평가했다"며 "상장주관사(한국투자증권, 시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도 삼바에피스의 지분 50%를 3조4150억원으로 평가한 점을 감안하면 과대평가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계업계에서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바에피스의 기업가치가 5조2000억원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통상 5년간 미래추정 영업이익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해야 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서다. 

삼정회계, 15년 감사보고서 통해 “이익실현 희박” 적시

삼바로직스의 회계감리를 맡고 있는 삼정회계법인조차 미래이익이 흑자를 낼 것으로 자신하지 못했다. 삼정회계법인이 작성한 삼바로직스의 201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예상 연평균 이익이 각 회계연도에 소멸되는 이월결손금에 미달해 이연법인세 자산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서술했다. 이월결손금은 향후 10년간 이익이 날 경우 이를 상계해 법인세를 줄일 수 있는데, 결손금 상계가 어려울 정도로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삼바로직스는 이와 관련 2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 삼바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고, 국내에서 판매승인을 받는 등 기업가치에 기업가치가 크게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실제 삼바에피스는 2015년 9월과 12월,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 2종의 국내 판매승인을 득했다. 

제약업계에서는 그러나 삼바로직스의 이 같은 설명은 제약시장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삼바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고 국내 판매승인을 득한 것은 긍정적인 요소지만,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국내 시장의 규모가 작고, 해외판매가 가능한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매출액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삼바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2종의 유럽 판매 승인은 이듬해인 2016년 1월과 5월 결정됐다. 

게다가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약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판매승인이 엄청난 매출액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오리지널 약이 버티고 있고, 비슷한 효과를 가진 경쟁 바이오시밀러들도 출현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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