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력 vs 독립성...文정부 국정과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대립불씨 되살려

지난 8일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상견례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금융감독원이 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최종구 금융위원장)

"기관 간 상호 존중하고 소통창구를 활성화하겠다"(윤석헌 신임 금감원장)

금융당국 최고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상견레 하루 만에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위기관인 금융위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금융위·금감원 등 금융권 양대 기관의 대립은 1999년 설립당시부터 불거졌다. 금융위원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업의 독립적인 정책과 감독기관을 수행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출범했다. 금융업에 대한 정책 및 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행정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금융업의 감독기관을 총괄하고 금융위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금융위와 같은 법률을 통해 설립됐지만, 감독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수법인으로 설립됐다. 

금융위·금감원 대형 이슈 조사결과 놓고 대립각

두 기관의 불협화음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법률에 따라 금감원에 대한 통제권을 금융위가 갖고 있다보니 금감원 입장에서는 독립적인 감독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권한이 많이 축소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막강한 통제권을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혼연일체' 액자 전달식이다.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 혼연일체'라는 액자를 금감원에 전달했는데,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폭주했다. 금감원 노조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장 인선에 대한 독립성을 요구한 것 역시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 표출을 보여주는 일례 중 하나다. 

최근의 상황만 놓고 봐도 양대 기관은 그야말로 대결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관련해 지난 8일 금융위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고의성 여부를 일축했지만, 금감원은 "삼성증권 직원들의 '유령주식' 매도 행위는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된다"며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 고발 방침을 밝혔다. 

금감원이 9일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회계감리 결과 역시 양대기관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급작스런 금감원의 발표에 금융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공개해 시장에 충격은 준 만큼 금감원에 위탁해온 사전통지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통제권 유지 금융위 vs 독립성 확보 금감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양대기관인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번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의 갈등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갈등이 격화된 적은 없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한 것이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문 정부 출범 초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았던 국정기획자문회의는 "금융위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고 향후 정부조직 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을 분리할 것을 검토하고,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독립시킨다"는 내용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실세'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던 김기식 전 의원이 신임 금감원장에 선임되자 금감원 내부에서는 '독립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큰 기대를 걸었다. 김 신임 원장 역시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은 다르다"며 '탈금융위'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정 며칠만에 김 신임 원장은 결국 일신상의 문제로 사임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격앙됐다. 

후임인 윤석헌 신임 원장 역시 김 전 원장처럼 금감원의 감독기관 강화를 천명했다. 윤 신임 원장은 8일 취임사를 통해 "금감원은 금융을 감독하는 곳"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신임 원장이 교수시절 금융산업진흥정책으로 인해 금감원의 기능이 약화됐다고 지적해왔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취임사를 통해 밝힌 감독기관의 독립성 확보는 바로 금융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이 같은 움직임에 법률을 앞세워 방어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은 금융위 설치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라고 말했다. 법률을 통해 금감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금융위에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관의 특성이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는데다 개혁 성향의 윤 신임 원장이 금감원장에 취임하면서 감독당국으로서의 독립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은산분리, 금융사 노동이사제, 초대형 IB 등 다양한 쟁점들이 금융권에 산적해 있는 만큼 양대기관의 입장차는 더 확연하게 차이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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