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화공 8년째 수제화 1컬레당 공임 7000원 VS 오너 일가 2005년부터 배당만 100억원 이상

수제화 전문업체 텐디(주)가 수년간 제화공들에게 7000원에 불과한 공임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착취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7000원 VS 20억원

수제화로 잘 알려진 구두브랜드 '텐디'가 '제화공 착취' 논란에 휩싸였다. 수만원에서 수십만원대의 수제화를 제작해 판매하면서도 정작 구두를 만드는 제화공들에게는 1컬레당 7000원의 공임을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텐디 제화공 착취 논란의 시작은 지난 4월26일 제화공들의 기습적인 텐디 사옥 점거로 시작됐다. 텐디의 하청을 받아 수제화를 만드는 제화공 50여명이 "정규직 고용"을 외치며 텐디 사옥 3층을 점거한 것. 이들은 ▲8년간 동결됐던 공임비 인상 ▲특수공임비 제공 ▲일감차별 금지 ▲사업자등록 폐지하고 직접 고용 등 4가지를 요구하며 정기수 텐디 회장과의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텐디(주)가 대화 대신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낮은 공임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제화공들의 현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제화공들에게는 쥐꼬리함한 공임을 지급했던 텐디가 오너 일가에게는 해마다 수십억원대의 배당을 10년 넘게 지속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착취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제화공들, 특수고용 대신 직접 고용 주장

텐디 본사를 점령한 제화공들의 요구 사항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특수고용 철폐'다. 이들은 개인사업자의 신분으로 IDK, 다빈치, BY, 아이콘, 대화기업이란 5개의 하청업체를 통해 텐디에 수제화를 납품하고 있다. 여러 단계를 거쳐 수제화를 납품하다보니 공임은 한 컬레당 7000원에 불과하다. 이 공임 역시 8년째 제자리인 상황이다. 

개인사업자지만 다른 회사 제품은 만들 수 없다. 30년차 제화공 박완규씨는 노동과세계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사업자지만 다른 회사 제품은 만들 수 없다"며 "일일 지시사항이 본사(텐디)에서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월 퇴직한 제화공 9명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근로자 지위를 획득했지만, 고용형태를 그대로인 상황이다. 

결국 제화공들은 지난달 26일 행동에 나섰다.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텐디 본사 점거에 나선 것이다.

텐디 측은 그러나 제화공들의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제화공들이 점거한 사옥의 출입문을 봉쇄하고 문 앞에 차량을 배치하는 등 본사를 점거한 제화공들을 고립시키는 모습이다. 

제화공들의 교섭요구에 관련해서도 묵묵부답이다. 텐디 측은 제화공들이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협상할 부분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템디 측 관계자는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하청업체 소속 소사장님들인 만큼, 계약관계에 있는 업체들과의 협상을 해야 맞다"고 밝혔다. 

텐디 100% 소유한 오너 일가, 2005년부터 억대배당 챙겨 

이런 가운데 텐디가 10여년 동안 정기수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100억원대 이상의 배당을 지속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텐디 사태는 '착취논란'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텐디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5억, 10억, 20억원씩을 지속적으로 오너 일가에게 배당해왔다. 12년 동안 오너 일가가 받은 배당금 총액만 12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배당이 가능한 이유는 정기수 회장 일가가 텐디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텐디의 주주구성은 정기수 회장이 53%를 보유하며 1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정 회장의 부인인 박숙자씨가 10%를, 그리고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인원씨가 37%를 보유하고 있다. 

제화업체 텐디(주)의 당기순이익과 총배당금 추이. 당기실적에 관계없이 5억, 10억, 20억씩을 오너 일가에게 배당하고 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눈에 띄는 점은 배당이 시작된 2005년 무렵이다. 2004년까지만 해도 텐디의 주주명부에는 정 회장 일가 외에 정 회장의 형제들, 그리고 다른 외부인 2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이 주주일 때는 텐디의 배당은 없었다. 

하지만 2005년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인원씨가 주주명부에 등장하면서 텐디의 배당이 시작됐다. 텐디는 이때부터 정기수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2007년에는 정 회장과 부인인 박숙자씨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아들인 정인원씨에게 넘기면서 정인원씨가 정 회장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고, 1주당 배당률은 1000%를 돌파했다. 2013년부터 최근 5년간은 액면가 대비 2000%인 20억원을 매년 오너 일가에게 배당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텐디의 재무제표를 보면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내실이 탄탄한 알짜배기 회사"라면서도 "매년 30~50%에 달하는 배당성향(총배당금/당기순이익)을 감안하면 오너 일가가 회사의 성장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