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서울시 1금고 선정 위성우 승부수...우리 안일한 대책·연이은 악재 2금고 체면치레

올초 2018 KBO리그 타이틀스폰서 조인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는 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신한은행이 104년간 굳게 닫혀있던 서울시금고를 뚫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우리은행의 아성을 넘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하반기 25개 서울시 산하 구청 금고 사업자 선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서울특별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신한은행을 1금고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시 금고지기 역할을 맡아오며 사실상 독점해 왔던 우리은행은 2금고로 밀려났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시금고 참가희망 금융기관에 대한 제안서 접수를 완료했다. 1금고에는 신한, 우리, KB국민 등 3개 기관, 2금고에는 KB국민, NH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 등 총 5개 기관이 참가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9시30분에 시작돼 오후 9시까지 1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서울시가 100년 넘게 유지해온 단수금고 체제를 복수금고로 전환하는 첫 해였던 만큼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신한은행이 1금고로 선정되면서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1금고는 서울시의 일반‧특별회계를 담당하는 핵심 금고다. 1금고에서 주무를 수 있는 한 해 예산은 올해 서울시 기준으로 약 3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보관 및 관리하게 된다.

특히 1금고를 맡은 신한은행의 경우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의 자금 유치뿐만 아니라 해당 기관 직원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돼 1금고 선정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2금고로 선정된 우리은행은 약 2조2529억원의 서울시 기금을 관리하게 된다. 1금고 선정을 자신했던 우리은행으로서는 자금 관리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분명 아쉬운 결과인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취임한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서울시금고만은 무조건 사수하겠다며 서울시금고 수성을 전략과제로 삼았지만 결국 신한은행에게 내주게 되면서 향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수성 실패에 대해 올초 세금 전자고지서 발송 오류와 차세대 시스템 도입 연기 등 연이은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또 그동안 우리은행이 무려 103년동안 서울시금고를 사실상 독점해왔다는 비난 여론도 서울시로서는 부담으로 작용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 문제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출장 지원 등의 논란으로 인해 4차례나 압수수색을 받는 등 구설수에 휘말린 것도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은행으로서는 치명타였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반면 신한은행은 오랜 숙원 사업인 서울시금고를 맡게 되면서 웃음꽃이 피고 있다. 특히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경우 취임 초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을 비롯해 6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자리를 내주면서 위기감이 감돌았지만, 서울시금고 유치에 성공하면서 한 방에 정리되는 분위기다.

위 행장은 시금고 선정을 위해 지난해 말 개인그룹에 속해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분리해 격상시키고 ‘영업통’으로 불리는 주철수 영업추진1그룹 부행장보를 선임했다.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 제안작업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서울시금고 유치에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위 행장은 막판 승부수로 우리은행의 3배에 달하는 출연금을 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000억원대, 국민은행 2000억원대 출연금을 약속한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3000억원대의 출연금을 제시한 것.

또한 서울시금고 입찰 설명회(PT) 일정이 앞당겨지자 인도네시아 출장 중 급히 귀국해 직접 설명회에 참석할 정도로 성의를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100년 넘게 거래해 왔던 우리은행을 제치고 1금고에 선정된 것은 은행 업계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라며 “우리은행이 시금고 선정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모습과 함께 연이은 악재가 불거지면서 스스로 복을 거둬 찬 꼴이 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울시와 함께 다양한 협력을 통해 서울시민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지난 10년간 준비해온 만큼 1금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신한은행, 우리은행으로부터 제안받은 사항을 중심으로 이달 중 약정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약정이 체결되면 이들 은행은 2019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4년간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출은 물론 서울시의 각종 기금 등 자금 보관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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