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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건의 여시아문(如是我聞)] 판문점 선언문 읽기
  • 김병건 기자
  • 승인 2018.04.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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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 김정은이 북한 권력 서열 1위가 됐다.

아무도 예상 못한 어린 지도자의 등장과 3대 세습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과 정치권은 이런 북한의 새로운 권력자를 비판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저주에 가까운 기사들이 채워졌다. 김정은 당시 공식 직함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호칭을 써주는 언론사는 드물었다. 모 종편방송에서는 김정은의 권력 승계는 무당의 예언 때문이라는 방송을 버젓이 했고, 그가 난봉꾼이고 권력을 이용해서 여자나 탐하는 금수저 철부지 권력자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비방은 지금 봐도 무안할 정도다. 이즈음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우리 정부를 ‘남측 정부’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비판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서도 그렇게 비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3대 세습을 왜 비판하지 않느냐'는 보수정당의 비판에 대해서 “우리의 공식적 입장은 없다가 공식적 입장이다.”라고 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영국 왕실에서 아들이 태어나면 사람들은 왕위 승계 서열 몇위라고 말한다. 그것을 비판하는 영국 사람들은 없다. 지금의 우리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은 결코 논리적이거나 온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북 ·미 회담을 위한 여백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대목은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 예상대로 남·북한은 종전선언과 교류에 방점을 찍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결정하고 싶어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의 정치 일정을 자세히 본다면 약 190일 앞으로 다가오는 중간 선거와 2020년 재선도 남아있다. 중간 선거까지는 북··미 회담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다만 2020년 재선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다. 그래서 북·미간의 회담은 중간중간 결렬과 협상의 일을 반복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으로 보면 수많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전임 대통령 중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외교적 성과를 가지고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문에서 야당은 한반도 비핵화 이전에 북한 핵포기가 없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남과 북의 지도자들은 영리했다. 트럼프가 가져가야 할 선물은 손대지 않은 것이다.

교류·소통 그리고 신뢰 회복

이번 판문점 선언문에서 의미 있는 구절이 있다.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부연 설명으로 교류를 위해 당장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겠다고 한다.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 출전도 합의됐다. 광복절에는 이산가족도 만난다고 한다. 심지어 개성에 남과 북의 상호 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쯤이면 파격이다. 교류를 통해서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군사적 적대 행위도 즉시 그만 두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적대 행위 금지를 위해서 장성급 대화를 시작한다고 합의했다. 평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 내용들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은 매우 비판적이다. 쇼라고 비판한다. 

그럼 물어보자 지난 10년간 그런 쇼라도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박근혜 정권 때 남북한의 소통이라는 것이 판문점에서 북쪽을 향해서 확성기로 성명을 발표한 것 말고 무슨 소통을 했는지? 좌파들만 이번 판문점 선언에 환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 국민의 80%는 좌파라고 말하는 것인지. 한나라의 제1 야당 대표가 해서는 안 될 소리였다. 정말로 국민의 80%가 좌파라고 믿을까 봐 겁난다.

여우 같았던 외교술

이번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분명 ‘도보 다리 30분 대화“였다. 수행원 없이 남북 지도자가 단둘이 이야기를 했다. 다른 외국 정상과 다르게 통역도 없다. 30분이 그냥 30분이 아닌 통상 외국 정상과 2시간 이상의 대화를 한 것이다.

카메라 앵글은 문재인 대통령의 등을 비추고 있었다. 대화가 들리지 않지만 주변 국가 정보기관은 입모양을 보고 무슨 대화를 했는지 연구하고 조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등지고 이야기를 해버린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끄덕이고 웃고 몇 마디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인지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그 대화의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할 것이다. 

남과 북이 이렇게 비밀스럽게 그리고 친하게 이야기했으니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일본의 정보기관은 지금 남과 북이 뒤에서 무슨 이야기를 어디까지 했는지 더욱 궁금해질 것이다. 살짝 보여주기만 했다. 이제 남과 북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면 협조해야만 한다. 6자 회담 당사자였지만 이번에 언급되지 못한 나라에서는 더욱 조급해질 것이다. 궁금하면 500원이다.

김병건 기자  overwatch.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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