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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구 문화칼럼] 물은 흘러 어디로 가는가?물의 순환과 ‘井-泉-川-江-海’그리고 자연철학
  • 조옥구
  • 승인 2018.04.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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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구
한자한글교육문화콘텐츠협동조합
이사장
전 동덕여대 교수

물은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 가운데서도 하늘의 이치를 가장 잘 드러내는 상징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하기 쉽게 ‘하늘의 이치’라고는 하지만 사실 하늘의 이치를 안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까다로운 하늘의 이치를 아는 방법 중의 하나가 ‘물’을 통해서라는 것입니다.

물의 상징성이 얼마나 큰지는 ‘만물(萬物)’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그 위용을 짐작할 수도 있는데, ‘만물(萬物)’이란 ‘물과 같은 많은 것들’의 의미이기 때문입니다.따라서 ‘만물(萬物)’의 특성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물의 어떠함을 알 수만 있다면 만물의 보편적인 속성을 아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물’의 보편적인 속성을 알아보기 위해 물을 생각해봅니다.

물의 일반적인 성질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입니다. 물의 이런 성질 때문에 물이 처음 만들어지는 곳은 언제나 ‘위’여야 합니다. ‘위’ 어딘가에서 먼저 만들어지고 보관되다가 비가 되어 세상으로 땅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비’를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비’는 먼저 위 하늘 어딘가에 미리 만들어져 준비(準備)되어 있다가 때가 이르면 하늘에서 땅으로 물방울이 되어 날아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이 ‘雨(비 우)’자입니다. ‘雨’자는 ‘一+冂+丨+::’으로 되어 있으며  ‘一’은 ‘하늘’을 나타내고, ‘冂’은 이 세상을, ‘丨’은 ‘내려오다’, ‘::’은 물방울을 나타냅니다. ‘하늘(一)에서 세상(冂)으로 날아서 오는(丨) 물방울(::)’이 ‘비(雨)’라는 것입니다.

‘비’라는 이름으로부터는 준비(準備)의 비, 비행(飛行)의 비, ‘비스듬히’, ‘비우다’ 등 우리말의 쓰임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비는 ‘위에서 날아오는 물방울’이란 뜻이므로 ‘雨’자에는 ‘물은 하늘에서 온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고 이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비를 ‘우’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는 우리말 위, 하늘을 나타냅니다. 이처럼 물은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 사는 세상에는 그것과 다른 물이 또 있습니다. 샘입니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공동의 우물을 파거나 우물이 있는 곳에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본성인데 샘처럼 물의 본성을 거스르는, 위로 솟는 물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 ‘우물’, ‘샘’이라는 이름입니다. ‘井’으로 표현되는 ‘우물’은 ‘우의 물’, ‘위의 물’ 즉 ‘하늘의 물’을 뜻하고 ‘泉(샘 천)’은 ‘하늘에서 와서 다시 하늘로 가는 물’을 뜻합니다.
비록 땅에서 솟아오르지만 이 물은 하늘에서 와서 다시 하늘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긴다는 뜻에서 ‘우물’, ‘천’ 등으로 불렀던 것입니다.

물의 시작이 이러하니 과정 또한 이 흐름 속에서 설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내(川)는 ‘하늘에서 내려와 향해 가는 물’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천’으로 발음합니다. 다음의 강(江)은 ‘하늘로 이어진(工) 물’을 의미합니다. 땅에서 하늘과 닿아있는 물이 강(江)입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강을 지난 물은 하늘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늘로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땅에 머물러있는 큰 물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또 고안한 방법이 ‘이름’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물은 비록 땅에 있지만 하늘로 돌아간 물과 같다는 의미에서 ‘해(海)’로 부른 것입니다. 해는 하늘의 해와 같은 것으로 하늘의 대표적인 상징이 해입니다.

물과 관련된 이름들은 이처럼 하나의 흐름과 연계되어 있는데, 이 흐름을 이으면 순환(循環)이 나타나고 하늘은 순환이 존재방식이므로 물로써 하늘의 이치를 나타낸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늘의 이치란 ‘순환’을 의미하고 순환의 상징이 ‘물’이며 만물 또한 순환하는 것으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옥구  1cmc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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