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낮은 DB형(확정급여형)이 전체 수익률 낮춰...DC형·IPR가입자는 수익률 눈여겨봐야

윤치선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4월초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퇴직연금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7년의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은 1.88%였다. 수치만 보면 실망스럽다. 2017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1.94%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다 인출해서 다른 데 쓰는 것이 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통계자료는 단순한 수치만 보면 안 된다. 숨어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분석한 후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 감소는 DB형 영향이 가장 크다

먼저 알아봐야 하는 것은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이 왜 이렇게 낮은가 하는 점일 것이다. 퇴직연금은 크게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 IRP(개인형 퇴직연금)로 나눌 수 있다. 

2017년에 각 제도유형별 수익률은 DB형 1.59%, DC형(기업형 IRP포함) 2.54%, 개인형 IRP 2.21%였다. 이 중 가장 수익률이 낮은 DB형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65.8%를 차지한다. 즉 DB형의 낮은 수익률이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을 깎아 먹은 것이다. 

현재 DB형은 적립금의 94.6%가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들, 즉 예금, 금리확정형 보험, ELB 등으로 운용되고 있다. 문제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인해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들의 수익률 역시 낮아진 상태라는 점이다.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근로자와 직접적 관계 없다

그런데 이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근로자가 받아갈 퇴직급여와는 상관이 없다. 해당 근로자의 퇴직급여는 얼마나 회사를 오래 다녔는지, 그리고 그만 둘 때의 연봉이 얼마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수익률이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회사가 직원에게 줄 퇴직급여를 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퇴직연금이 DB형이라면 그 근로자는 수익률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반면 DC형이나 기업형 IRP가 도입된 기업의 근로자들이라면 수익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당 기업 근로자들의 퇴직급여는 회사가 넣어준 돈을 근로자들이 얼마나 잘 운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인형 IRP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형 IRP는 이직 시 받은 퇴직급여나 세액공제를 위해 근로자가 추가적으로 납입한 돈을 운용하는 퇴직연금 계좌다. 어떤 상품으로 운용할 지는 근로자가 결정하며, 그 결과도 근로자의 책임이다. 수익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퇴직연금 제도유형별 수익률 및 적립금 비중(2017년)

 DC형 및 IRP의 수익률마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이번에는 DC형 퇴직연금 및 IRP의 수익률을 살펴보자. 2017년에 이 두 유형의 수익률도 2%대였다. DB형 퇴직연금보다는 낫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이 역시 운용방법과 관련이 있다. 

DC형 퇴직연금이나 IRP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한다. 그리고 현재 퇴직연금으로 가입 가능한 금융상품은 무척 종류가 다양하다. 예금, 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 해외채권형 펀드, 보험 등으로 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통계자료를 보면 DC형 퇴직연금이나 IRP도 DB형처럼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많이 운용되고 있다. 

현재 DC형 퇴직연금의 78.6%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들어있고, 펀드 등의 실적배당형 상품에는 약 17%정도가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이 가입하는 IRP의 경우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66.3%, 실적배당형에 22%정도 운용된다. 

이러한 보수적인 운용행태가 DC형 퇴직연금 및 IRP의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는 한 원인이 된다.

 내 퇴직연금, 어떻게 운용해야 하나?

이제 근로자들은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수익률이 낮아도 무조건 원금보장인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상품에 일부 자금을 배분해서 수익을 더 올릴 것인지 하는 선택이다. 

참고로 2017년에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평균 6.58%였다. 과거 5년은 연평균 2.93%였고, 과거 9년의 수익률은 연평균 4.74%를 기록했다.

물론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지금은 이러한 선택에서 벗어나 있다.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내 퇴직급여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 회사만 우직하게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대다. 이직을 하면서 먼저 회사에서 퇴직급여를 받으면 그 돈은 자신이 운용해야 하는 IRP로 넘어가게 된다. 

또한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이 낮아지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계속 근로자들에게 DC형 퇴직연금으로 유도하고자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운용책임은 근로자 몫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근로자 스스로가 퇴직연금도 엄연히 본인의 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운용을 잘 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기관에서는 자동적으로 자산배분 등을 해주는 금융상품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요즘 뜨고 있는 TDF같은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본인이 운용하는데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상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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