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가스전 가치 4조…국내 연간 수요량 약 2.5배
임직원 헌신적인 노력 덕분…심해 광구탐사에도 도전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 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원유 약 7억6000만 배럴, LNG 약 8200만 톤 규모의 미얀마 가스전. 이는 우리나라 전체가 1년 동안 사용하는 가스 수요량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대규모 가스전이다. 사진=포스코대우

3개 미얀마 가스전의 공인인증 자원량과 매장량

인증기관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수개월에 걸쳐 그동안의 인공지진파 탐사자료와 시추로부터 얻어낸 각종 자료, 또 우리가 종합평가한 자료를 정밀 분석한 끝에 2007년 8월 쉐, 쉐퓨, 미야 등 3개 가스전의 발견잠재 자원량이 2C(best) 기준으로 4.5조 입방피트라고 인증했다.

가스전 개발이 확정되고 난 다음에는 발견잠재 자원량이 매장량으로 바뀌게 되는데, 2013년 11월 공인인증을 다시 받아 매장량으로 확정됐으며, 2P(proven + probable) 기준으로 4조 입방피트로 인증을 받았다.

이는 원유로 환산하면 약 7억6000만 배럴이며 LNG로 환산하면 약 8200만 톤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1년 동안 사용하는 가스 수요량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실로 대규모 가스전인 셈이다.

미얀마 가스전의 매장량은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생산정(生産井)을 뚫어 추가 자료가 확보되면 계속 조정이 된다. 쉐 가스전에 대한 생산정이 모두 완료되고 현재 평가가 진행 중이므로 공인 인증과정을 거친 다음 매장량이 재평가될 것이다. 쉐퓨와 미야 남부 가스전의 경우 수년이 지난 후 생산정이 시추될 예정이므로 그때 가서 이들 가스전의 생산정 시추 결과에 따라 매장량도 당연히 재평가된다.

미얀마에서의 성공이 있기까지

미얀마 가스전 프로젝트가 성공하기까지 실로 많은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미얀마 E&P 사무소의 탐사팀, 시추팀, 개발팀, 생산팀, 사업팀(가스판매), 재무팀, 행정팀의 모든 직원들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열심히 일했기에 성공이 가능했다.

한국 직원들뿐만 아니라 미얀마 직원들도 자국에서 성공적으로 수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며 일했다. 또한 그 동안 프로젝트에 관여한 외국인 직원들과 컨설턴트들도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미얀마에 주재하는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서울 본사 자원개발본부에서도 미얀마 가스전과 관련된 모든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열심히 지원해왔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이 성공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2010년 2월 미얀마 응웨사웅 해변에서 가진 미얀마 E&P 사무소 직원 야유회. 사진=저자 제공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2004년 쉐 가스전 탐사에 성공했지만 그 이후 가스전 개발에 이르기까지에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었다. 비록 탐사정 시추에서 대규모 가스전 발견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리스크는 존재했으며, 개발이 확정되기 전까지 상당한 투자비가 필요했다.

석유개발에 있어서 탐사정 시추에 성공했지만 개발에 이르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시 필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앙골라 해상광구에서 몇 개의 탐사정 시추에 성공하고 상당한 양의 원유를 시험 생산했지만, 그 뒤 실시한 평가정 시추에서는 실패한 경험이 있다.

쉐-1 탐사정 성공 이후 쉐 가스전에 5개 공의 평가정을 시추했으며 A-1광구와 A-3광구에 여러 공의 추가 탐사정과 평가정을 시추했다. 물론 정부의 성공불융자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당연히 회사의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했다.

가스전 발견 당시 CEO는 물론이고 후임 CEO와 경영진 모두가 회사 자금 집행의 최우선을 미얀마 사업에 두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수시로 미얀마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으며, 미얀마 에너지부를 방문해 현안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미얀마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타 부서의 유망한 신규 사업이 자금 부족으로 기회를 놓치기도 하는 등 미얀마 가스전 성공을 위해서는 회사 내 많은 임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조가 따랐다. 즉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한두 사람의 업적이 아니라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 모두가 이뤄 낸 성과인 것이다.

우리 정부의 성공불융자 제도

한국 정부도 성공불융자를 통해 미얀마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 사업 초기 회사가 채권단 산하에 있을 때 성공불융자 제도가 없었다면 탐사사업을 추진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투자비의 70%까지 성공불로 융자를 받아 사업이 실패할 경우 투자비를 감면 받는 제도가 있었기에 과감하게 탐사사업에 승부를 걸 수 있었다.

정부의 성공불융자 지원이 올바른 정책이었음은 사업에 성공함으로써 입증됐다. 성공불융자는 사업에 실패했을 때 융자금을 감면 받는 대신, 사업에 성공했을 경우에는 원금과 이자에 더해 특별분담금을 추가로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성공한 사업이기에 원리금 이외에도 매년 수백억 원의 특별분담금을 정부에 납부하므로 정부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투자 사업이 된 셈이다.

자원개발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특히 성공불융자 제도에 대해 많은 비난이 들려오면서 급기야 성공불융자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까지 했다.(2015년 10월 정부는 성공불융자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같은 해 12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100억원으로 편성됐다-편집자 주)

성공불융자가 정부의 눈 먼 돈을 타 내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환경에서 대기업조차도 독자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탐사사업에 정부가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제도라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벤처자금지원과 같은 성격이라고 할까.

실제로 그 동안 정부가 집행한 성공불융자 사업 중 많은 사업이 실패해 감면을 받기도 했지만, 성공한 사업들로부터 상당한 자금회수와 특별분담금 납부가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 성공불융자 제도는 결코 폐기돼서는 안 되며 삭감된 예산도 다시 부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쉐 가스전의 평가정 시추에서 가스층 확인에 성공한 후 산출시험을 실시하는 장면. 사진=뉴시스

심해 광구탐사에 도전하다

A-1광구와 A-3광구에서 잇달아 탐사에 성공하여 한껏 고무된 우리는 심해의 AD-7광구 획득을 추진했다. 그런데 경쟁은 예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졌다. 우리가 제안한 새로운 탐사개념, 즉 벵갈 해저선상지의 사암층을 대상으로 하는 탐사가 미얀마 서부 해상에서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여러 외국 회사가 이 지역의 탐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급기야 심해 광구지역의 경쟁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동안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끝에 A-1광구 서쪽의 AD-7을 포함한 3개 심해광구가 유망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이들 광구에 대한 참여 제안서를 미얀마 정부에 제출했다.

중국의 CNPC·태국 PTT와 경쟁

이번에는 중국의 CNPC와 태국 국영석유회사 PTT가 경쟁 상대였다. CNPC는 CNOOC와 함께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로 CNPC는 육상, CNOOC는 해상 석유개발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사업영역 구분이 없어지면서 CNPC가 해상광구에도 참여하고, CNOOC가 육상광구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그 동안 정유사업 등 하류 부문만 담당했던 또 다른 국영 석유회사 SINOPEC도 상류 부문사업인 석유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CNPC는 우리에게 천연가스를 공급받기로 결정된 것을 계기로 미얀마 서부의 해상광구가 유망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우리가 관심을 표명한 3개 광구를 포함한 서부 해상 4개 광구에 대한 참여제안서를 제출했다. 또 이미 미얀마 남부 해상의 광구를 취득한 태국 PTT 역시 미얀마 서부 해상 심해광구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참여제안서를 제출했다.

CNPC와 PTT가 각각 중국 정부와 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활발히 광구 취득을 추진하는 데 반해, 우리는 이번에도 회사의 힘으로만 광구 취득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미얀마 정부를 상대로 지난 번 A-3광구를 취득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술력과 경험으로 가스전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많은 투자비가 소요되는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해서는 이미 가스전 개발이 확정된 대우인터내셔널의 3개 가스전과 연계해 개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태국 PTT는 진작 탈락했으며 CNPC와 대우의 경쟁이 계속됐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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