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미래에셋 직접 언급..7월부터 금융그룹 및 대기업 대상 통합감독 나서 

금감원과 금융위 양대 수장이 잇달아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와 미래에셋그룹 등의 리스크 및 내부거래 문제를 제기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생명이 입주한 서초동 삼성타운, 금융감독원, 미래에셋센터원.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법 개정 전이라도 금융회사들은 단계적·자발적 개선조치를 실행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4월2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법제화 이전이라도 그룹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도록 금융그룹들이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4월25일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금융당국 수장들이 일제히 금융그룹 압박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필요성을 제기하며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데 이어 25일에는 유광열 금융감독원 원장대행(수석부원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미래에셋과 삼성 등을 직접 거론하며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최근 일련의 불상사를 겪으며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금융당국이 다시 금융개혁을 위한 강공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최흥식,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잇달아 낙마하면서 금융개혁 동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고 금융당국의 양대 수장이 강력한 리더십 구축에 나섰다는 반응이다. 

특히 유광열 금감원장 대행이 25일 7개 금융그룹 임원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삼성과 미래에셋 등 7개 금융그룹의 상호출자 및 부실계열사 지원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직접 기업명을 공개하며 개선사례를 지적한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개선사례를 기업명까지 공개하며 언급한 것은 반드시 해당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간담회에 참석했던 금융그룹 임원들이 모두 긴장했겠지만, 특히 삼성과 미래에셋이 엄창난 압박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감원은 삼성과 미래에셋의 어떤 부분을 지적했을가.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금융계열사를 동원해 계열사를 지원하는 행태가 문제로 지적됐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1조5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400억원을 출자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금감원은 "대기업집단 내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증자는 외부자금 조달로 보기 어려우며, 그룹 차원의 자본 적정성 평가 시 감안해야 한다"면서 "해당 계열사의 경영악화시 금융계열사로 부실이 전이되기 때문에 고객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대기업집단 내 금융계열사들의 과도한 내부거래 의존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을 비롯해 현대캐피탈, 롯데카드 등을 사례로 들었다.

롯데카드는 롯데마트 등 그룹 내 결제 비중이 매우 높고, 현대캐피탈은 모회사인 현대차의 할부 물량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삼성생명은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 등과 함께 변액보험 중 상당부분을 계열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고 있어 내부거래 의존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으로 금융계열사들이 소속 대기업집단에 매출을 의존하면 경영악화 과정에서 수익 감소는 물론, 건전성 악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 삼성과 함께 지배구조 문제로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다. 특히 그룹 간 교차출자와 차입금을 활용한 자본확충 등 지적사항이 삼성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것이 그룹 간 자사주 교환출자였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네이버와 각자 보유한 자사주(5000억원 규모)를 서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교환출자했다. 자사주는 발행회사가 주식을 갖고 있으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자본증가 효과를 위해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가 서로 교환출자를 한 것이다.

교환출자의 경우 해당 주식에 대한 처분제한 등의 특약이 함께 들어간다. 자본으로 인식되는 주식을 처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이런 자산들은 규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차입금을 통한 자본 확충도 문제로 지적됐는데, 사례는 역시 미래에셋이었다. 금융그룹의 경우 계열사의 자본을 확충할 때 모회사가 자금을 투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기 돈이 아닌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증권을 발행해 금융계열사에 출자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바로 미래에셋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이를 활용해 계열사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계열사의 주식을 확보한 모회사의 경영악화다. 무리한 차입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면 당연히 자회사에 배당확대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되고, 이는 곧 자회사의 경영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런 점 때문에 자본금 산정 과정에서 차입금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2곳' 이상의 금융회사를 소유한 금융그룹'의 내부거래 문제를 감독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융당국은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7월부터 시범 적용하고 올해 안에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방침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