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 명예회장 보유 SI 지분 딸에 증여...정유경 사장 신세계인터(SI) 최대주주 등극

정유경(오른쪽) 신세계 총괄사장이 24일 아버지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에게서 신세계인터내셔날(왼쪽)의 주식을 증여받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신세계그룹이 2세경영을 위한 후계승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4일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주식 150만주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 증여했다고 밝혔다. 종가 기준(12만7000원) 증여 규모는 1905억원이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은 21.68%에서 0.68%로 낮아졌으며, 정 총괄사장의 지분은 0.43%에서 21.44%로 늘어났다. 

오너 일가의 지분변동에 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1대주주는 지분 45.76%(326만7440주)를 가진 (주)신세계다. 하지만 2대주주였던 정 명예회장이 보유 지분 대부분을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정 총괄사장이 2대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번 지분 증여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은 "취임 3년차를 맞은 정 총괄사장의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며 "증여세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 총괄사장이 직접 납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신세계그룹의 지분증여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2015년 연말 인사를 통해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분리 경영체제를 공식화한 후 오너 일가의 첫번째 지분변동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 총괄사장은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의 이번 증여를 통해 처음으로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대주주가 됐다. 오빠인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의 최대주주다. 

신세계그룹 2세인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재계에 데뷔한 것은 각각 1995년과 1996년이다. 당시 두 남매들의 신세계 지분율은 1.55%, 0.97%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하지만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1998년 정 부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50만주를 증여하면서 후계승계 구도가 시작됐다. 

2006년에도 신세계 오너 일가의 지분변동이 있었다. 정 명예회장이 신세계 지분 7.81%(147만4571주)를 자녀들에게 전량 증여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아들인 정 부회장에게 84만주(4.4%)를, 딸인 정 총괄사장에게는 63만4571주(3.4%)를 증여했다. 

신세계그룹 후계구도의 큰 틀이 잡힌 것은 2011년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당시 신세계그룹이 주력회사인 (주)신세계의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하며 (주)이마트를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마트와 식품 분야는 정 부회장이, 패션과 백화점, 뷰티 사업은 정 총괄사장이 맡은 분리경영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예측대로 2016년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서로 지분을 교환했다. 정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을 동생에게 팔았고, 대신 정 총괄사장은 오빠에게 이마트 지분을 넘긴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제 신세계그룹 후계구도가 거의 완성 단계에 와있다고 보고 있다.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어머니이자 신세계그룹의 개인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지분 증여가 곧 경영권승계과정의 완성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회장의 지분증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아버지인 정재은 명예회장이 대부분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했고,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경영에 참여한 지 벌써 20여년이 지난 만큼 신세계그룹의 후계구도는 빠른 시간 내에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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