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분할안에 반발...엘리엇 제안 수용시 M&A 난항, 배당강화 당근줄까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28일 모비스를 분할 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차 제공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헤지펀드 엘리엇이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24일 현대기아차그룹에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자사주 소각 △배당률 40~50%로 상향 조정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3명) 등을 4가지 안을 요구했다. 

이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제안이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시킨 후 이 회사를 지주회사(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라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는 자회사로 현대차(사업회사)와 기아차를 두게 된다. 

재계에서는 엘리엇의 이번 요구안은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할 경우 해외에서의 M&A가 어려워질 수 있고, 자사주 소각 및 사외이사 선임 등은 경영권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모비스 분할 계획에 딴지 거는 엘리엇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모비스를 지주(지배)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시켜 사업회사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고, 대신 현대글로비스와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오너 일가가 사들이고, 글로비스에게는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 지분을 스왑시켜 순환출자 구조를 끊겠다는게 개편안의 핵심이었다.

이 계획에 그대로 진행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모비스가 현대차와 기아차를 지배하고,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개편된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의 분할 결정에 따라 모비스의 수익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비스는 지난해 약 35조원대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중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따라 모비스가 분할될 경우 지난해 9조2800억원대의 매출액을 올린 모듈 사업부와 4조73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AS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게 된다. 한마디로 모비스 수익구조의 상당 부분이 현대글로비스에 넘어가게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해당 사업부문은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 지난해 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은 7.8%(영업이익 2조200억원)이었지만, 모듈·AS사업부는 10.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두 사업부문을 제외하면 현대모비스의 (존속법인)영업이익률은 2.1%로 떨어진다. 

3월28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 그래픽=서종열 기자

엘리엇은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오너 일가에게 이득이 될지 모르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엘리엇 입장에서는 모비스를 분할해 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것보다 모비스를 현대차와 합병시켜 이 회사를 분할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여기고 있다"면서 "글로비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주주 입장에서는 엘리엇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모비스 합병 후 지주사 전환시 해외 M&A 어려워져 

현대차그룹은 그러나 엘리엇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시킨 후 다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시킬 경우 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M&A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규정에 따르면 지주사는 자회사와 공동 출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현대차그룹도 바로 이점 때문에 모비스를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로 전환시키는 개편안을 내놨다. 

경쟁 완성차 업체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요구한 새로운 지배주고 개선안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빅딜이 필수적인데, 엘리엇의 이번 요구는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엘리엇의 요구안 중 배당률 상향 조정은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지난해까지 3년에 걸쳐 중간배당에 나서는 등 배당주로 변신하고 있어서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2017년 26.8%에 달했다. 단 6.0%에 불과했던 5년전과 비교하면 배당성형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제안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 그래픽=서종열 기자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GM 등 상당수의 완성차업체들이 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하고 있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당성향은 글로벌 수준으로 상향시킬 방침"이라며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주 권익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소액주주 설득이 관건

엘리엇의 4가지 요구안을 현대차그룹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한 만큼 재계에서는 다음달 29일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계획대로 지배구조를 개편할지, 아니면 엘리엇의 요구를 다른 주주들이 받아들이지는 결국 주주총회 표결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관계자들은 일단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이 모비스, 기아차, 현대차의 주식 1조원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3사의 주식을 균등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각각 지분율은 최대 2%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에서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모비스의 지분 47.7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차(16.88%)로 오너 일가 및 계열사와 특수관계인까지 모두 합쳐도 현대차그룹의 대주주 지분율은 30.17%에 정도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9.82%를 갖고 있다. 

전체 지분에서 대주주와 국민연금의 지분을 제외하면 전체 지분 중 55.98%가 소액주주다. 이중 외국인 소액주주 지분율을 앞서 밝힌 것처럼 47.75%에 달한다. 모비스 입장에서는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모비스 주주들의 찬성 여부"라며 "모비스를 분할해야 하는 이유, 분할된 회사를 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이유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모비스는 5월29일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 및 신설회사 합병건을 안건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주총을 마치면 6월18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갖고, 7월1일 합병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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