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까지 30여년간 법조계 근무, 자녀채용·재산형성 과정 등 잡음

오너 일가 갑질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한진그룹(조양호 회장. 왼쪽)이 사태 해결을 위해 23일 준법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위원장에 목영준(오른쪽) 전 헌법재판관을 위촉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상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한진그룹이 23일 준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회사 내부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한 준법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사회공위원장을 맡고 있는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이 위촉됐다. 이에 따라 목 전 재판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83년 인천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법복을 입은 목 위원장은 30여년간의 공직생활동안 법원행정처 차장, 헌법재판관 등 사법부 내 요직을 역임했다. 이후 국무총리 및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사법부 내에서 두터운 신망을 자랑한다. 공직생활을 마감한 후 2013년부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사회공헌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진그룹은 오랜 기간 법관 생활을 해온 목 전 재판관의 경력을 높이 사 그룹 내 내부 감시기능을 맡게 되는 준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준법위원회는 한진그룹 내 준법 관련 사항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맡으며, 계열사별로 준법지원 조직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갑질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한진그룹의 구원투수로 목 전 재판관이 적합한 인물이냐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목 전 재판관과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자녀채용 및 재산형성 과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헌재 재직 시절 최고부자 재판관에 올라 

공직자들은 매년 재산공개를 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목 전 재판관 역시 법관으로 재직할 당시 매년 재산공개를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목 전 재판관은 뛰어난 재테크 실력으로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목 전 재판관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당시 40억원대의 재산을 신고하면서 고위 법관 중 4위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신고 내역에 따르면 목 전 재판관은 8억원대였던 서울 방배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를 13억8000만원에 처분하면서 5억8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으며, 유산으로 받은 재산과 봉급저축액, 이자소득 등을 통해 한해에만 총 6억3389만원의 재산이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재직했던 2006년부터 2012년 동안에는 가장 재산이 많은 헌법재판관이 됐다. 보유 재산 규모는 본인 명의 임야(1억5000만원대)과 아파트(26억원대), 배우자 명의 부동산(12억원대), 차량 4대, 예금 10억원, 골프회원권(2억6000만원) 등이었다. 

이용훈 대법원장 후임으로 거론되던 2011년 당시 그는 재산 형성 과정이 논란이 되자 "재산 신고액은 56억원"이라며 "판사가 되고 난 후 증여받은 것 말고는 재산이 늘어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였던 목 전 재판관은 다크호스였던 양승태 대법관이 대법원장에 임명되자 공직생활을 접고 을지학원 이사장을 거쳐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아들은 김앤장, 딸은 판사로...자녀 취업 과정도 논란

법조계에서는 목 전 재판관의 재산형성 과정 외에 자녀들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목 전 재판관은 슬하에 아들 승호씨와 딸 혜원씨를 두고 있는데, 모두 법조인으로 활동 중이다. 승호씨는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 후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혜원씨는 고려대 로스쿨 졸업 후 서울고법 재판연구원을 거쳐 로펌에 취업한 후, 현재는 경력법관으로 임명돼 중앙지법 판사로 재직 중이다. 

아들 승호씨와 관련된 논란의 중심에는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있다. 승호씨가 서울대 로스쿨 수료 후 김앤장에 입사한 뒤 1년 뒤에 목 전 재판관이 김앤장의 사회공헌위원장으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당시 법조계 내부에서는 "김앤장이 목 전 재판관을 영입하기 위해 로스쿨을 갖 졸업한 아들을 먼저 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판사로 재직 중인 혜원씨는 임명과정에서 특혜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혜원씨는 경력법관 제도를 통해 법관이 됐는데, 경력이 안되는데도 합격했다는 의혹이 법조계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력법관 제도는 2006년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범운영된 후 일정 기간 변호사로 활동해야 경력을 인정받고 법관이 될 수 있는 제도로 2013년부터는 3년 이상의 법조인 경력, 2018년부터는 5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임용 대상이 된다. 

문제는 혜원씨가 서울고법 재판연구원 2년 활동 후, 변호사로 활동한 9개월 동안만 일했다는 점이다. 특히 변호사로 활동한 9개월 중 3개월동안 출산휴가로 인해 휴업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력법관 제도의 핵심인 법조인 경력이 논란이 됐다. 

대법원은 당시 이 사안에 대해 혜원씨가 경력판사 임용일까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 경력일수가 채워지지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채용 절차 등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갑질 사태 해결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한 분이 목 전 재판관인데, 법조계 내부에서는 한진 오너일가가 또 하나의 실책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라며 "목 전 재판관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지난 16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고 회의실에서 내쫓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조양호 회장은 '땅콩회항' 사태의 주인공이었던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현민 전무를 즉시 사퇴시키고 준법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밀수 및 탈세 혐의가 불거지고,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사태까지 공개되면서 한진그룹 오너가의 갑질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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