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주파수 경매 시작액 3조2760억원 초안 발표…무기명 블록방식 과열 우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주최한 '2018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정부의 5G 주파수 경매 초안이 발표되면서 이동통신 3사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특히 이번 주파수 경매는 균등 할당 방식이 아닌 경쟁 할당 방식으로 진행돼 낙찰가가 크게 치솟을 전망이어서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018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를 열고 5G 주파수 경매 초안을 제시했다.

이날 정부가 밝힌 5G 주파수 경매 시작액은 3조2760억원. 3.5GHz 주파수의 경우 2조6544억원으로 결정됐으며, 28GHz 주파수는 6216억원이다. 특히 3.5GHz는 전국망 커버리지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업계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경매 방식은 무기명 블록방식(CA)으로 3.5GHz 주파수의 경우 280MHz의 대역폭을 10MHz로 나눈 총 28개의 블록을 이통3사가 경쟁을 통해 가져가는 방식이다. 블록당 가격은 948억원 수준. 이통3사가 써내는 블록 개수의 합이 총 28개가 될 때까지 라운드를 진행한다. 28GHz 주파수는 100MHz 씩 총 24개의 블록이 경매로 나온다.

즉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모두 10개를 써내면 28개가 초과되므로 미리 설정된 입찰증분을 통해 블록 가격이 올라가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게 된다. 때문에 28개의 공급량을 맞추기 위한 이통3사의 눈치작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블록 개수가 정해지면 블록의 위치를 정하게 된다. 이통3사는 위치별로 금액을 적어내고 3사가 써낸 금액의 합이 가장 큰 조합으로 낙찰된다. 다만 한 사업자가 주파수를 독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총량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4:3:3 주파수 총량 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5G 경매 방식에 대해 내년 초 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날 “이번 5G 주파수 경매의 최우선 목적은 내년 3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전세계 5G 시대를 선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할당대가는 적정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광대역 주파수를 함께 공급해 통신사의 투자비를 수조원대로 절감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우리나라 같은 경우 3차례 경매에서 12개 블록을 경매했는데 이중 2개가 유찰됐고 6개가 최저가 낙찰됐으며 4개만이 경쟁이 붙었다”라며 “입찰 증분도 영국이 1000%가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4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9일 주최한 '2018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에 참석한 임형도 SK텔레콤 상무(왼쪽부터)와 김순용 KT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사진=뉴시스

반면 이통3사는 높은 경매가로 인해 5G 구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무기명 블록방식으로 인해 경쟁이 더욱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파수 경매 방식을 처음 도입한 2011년 LTE 경매의 경우 최고 입찰가의 1%가 최소입찰증분이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당시 1.8GHz 주파수 대역은 4455억원에서 시작해 9950원까지 두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경매도 총 12일이 소요된 83라운드까지 펼쳐진 바 있다.

2013년 경매 당시에는 최소입찰증분을 0.75%로 낮추고 입찰 라운드도 50회로 제한했지만, 6738억원에 시작한 1.8GHz 주파수 대역이 1조500억원에 낙찰되는 등 과열양상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3조원대 수준의 경매 시작액은 최소 6조원에서 9조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통3사 모두 3.5GHz 대역에서 100MHz 폭 이상을 원하고 있어 실제 낙찰가는 더욱 올라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은 더 많은 5G 가입자 수용을 위해 보다 넓은 주파수 대역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반면 균등분배를 원했던 KT와 LG유플러스는 타사에 비해 좁은 주파수 대역을 얻으면 통신 품질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왔다.

류 국장 이에 대해서 “그동안 진행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등을 미뤄볼 때 가입자당 주파수 대역폭 보유량이 품질을 정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아니다”라며 주파수 확보에 따라 품질이나 서비스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임형도 SK텔레콤 상무는 이날 공청회에서 “이번 5G 주파수 경매는 역대 주파수 경매 사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경매 시작액은 최저 기준일 뿐 경매 진행 과정을 통해 최종 낙찰가는 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 될 것 가능성이 크다”며 “5G 투자는 LTE 대비 최소 2배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경매대가에 대한 현실적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5G 주파수 경매는 처음이기 때문에 이후에 진행되는 또 다른 5G 경매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가격을 낮춰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과도한 낙찰비용으로 인해 인프라 구축이나 마케팅에 차질이 생겨 5G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승자의 저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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