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 교수

최근에 루스벨트 연구소(Roosevelt Institute)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오늘날 미국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불가피한 진화로 초래된 것이 아니라 경제를 지배하는 규칙(rules)과 이를 제도화한 소수 지배계층의 시장지배력에서 기인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시장경제를 지지해온 경제학 이론은 공급 측면 경제 이론(supply side economic theories)으로 세금과 관대한 복지시스템의 부담이 가져다주는 동기 저해와 정부규제가 경제를 제약(制約)하기 때문에 성장이 억제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공급 측면 경제 이론은 규제 완화와 최고 소득자에 대한 세율인하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정부의 사회복지사업과 공공투자의 삭감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재벌기업과 최상위 부유층의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었고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그 신봉자들이 추구하던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일찍이 소득분포의 불평등 정도를 설명한 파레토법칙(Pareto's law)은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상위 20퍼센트가 전체 부의 80퍼센트를 차지하고, 80퍼센트가 나머지 20퍼센트의 부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파레토법칙은 그동안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적용되어 왔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서는 자본주의 병폐인 계층 간의 극심한 부의 불평등은 파레토법칙을 훨씬 빗나갔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m)이 2016년 1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세계 최상위 부자 1퍼센트가 가진 부가 나머지 전 세계인의 99퍼센트가 가진 부의 총량보다 더 많다고 한다.

이러한 부의 불평등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경제학이론 뿐만 아니라 사회학에서도 대립하는 두 이론이 있다. 기능주의이론과 갈등이론이 그것이다. 이 두 이론 중에 자본주의를 잘 대변해온 것이 기능주의이론이다. 기능주의는 능력과 노력에 따른 부의 불평등을 경쟁적으로 더 노력함으로써 사회발전의 동력이 된다고 옹호하는 입장을 취한다. 

반면에 갈등이론은 부의 불평등은 소수 지배계층들이 제도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하여, 현재 그들이 가지고 누리는 기득권을 자손들에게 대물림함으로써 능력과 노력에 의해 부와 지위가 결정되는 능력사회(meritocratic society)의 기능마저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부의 불평등이 극도로 심화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갈등이론이 기능주의이론에 비하여 한층 설득력을 얻는다.

부의 불평등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데 한 몫하고 있는 것이 소득의 불평등이다. 임금은 노동자의 노동생산 기여도에 따라서 결정된다. 노동생산량과 임금은 비례한다. 하지만 노동의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늘어난 소득이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노동자에게 지불해야할 소득부문을 투자자들과 재산보유자들이 국민소득에서 그만큼 더 많은 몫을 자본 소득의 형태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노동생산량이 증대되면 노동자의 임금은 상승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연방정부는 성장과 보수를 촉진하는데 매우 중요한 공공부문에 투자하기보다는 오히려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조세정책을 폈다. 이러한 미국의 경제적 현상은 우리나라의 그것과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유인즉,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정책 의사결정자들의 상당수가 미국 유학파였기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아 분배보다는 대기업에게 유리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도 부의 불평등으로 인하여 계층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지고 있다.

부의 불평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빈부의 격차와 이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역대정권들은 선거 때만 되면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고 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만 끝났다. 그러기에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는 크다.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분배정의가 실천되어 부의 불평등으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이 조속히 해소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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