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아키라 에구치와 협연...달과 태양을 선율에 담는다

피아니스트 신지아는 2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크레디아 스타더스트 시리즈 Ⅲ-반전’을 개최한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톱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31)는 그동안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과 함께 베토벤 트리오를 선보였고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음반에도 참여하며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쌓아왔다. 

특히 신지아는 거장들과의 합주로 앙상블에 뛰어나다는 평을 듣지만 홀로 서는 독주에도 충분히 빛나는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다. 

오는 27일과 2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이어지는 리사이틀 ‘크레디아 스타더스트 시리즈 Ⅲ-반전’는 독주자로서 진가를 발휘할 신지아의 무대다. 

신지아는 이번 이틀간 공연 메인 레퍼토리로 무게감을 지닌 4곡을 선정해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채웠다. 서정과 절제의 1부에서는 바흐의 샤콘느와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화려함과 기교의 2부에서는 시마노프스키 ‘세 개의 신화’와 비에니아프스키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한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완벽주의 성향으로 유명한 신지아는 “제 자신에게 냉정한 편이에요. 그래서 연주가 끝나고 나면 항상 부족했다는 생각에 늘 아쉬웠죠. 그 냉정함이 저를 괴롭히기는 하지만 한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라며 웃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완벽을 추구하는 신지아의 의지가 엿보이는데 무엇보다 그녀는 이번에 연주할 한곡 한곡마다 치열한 해석을 가하고 있다. 1부에서 연주할 바흐의 샤콘느에는 하염없이 안개를 헤치는 듯한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는다.

신지아는 “제 코어 클래식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 분들에게 선물하는 곡이에요. 무엇보다 스승인 김남윤 선생님이 어느새 칠순이 되셨는데 제가 받은 걸 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커요”라고 말했다. 

또한 2부에서 연주할 현대음악인 시마노프스키 ‘세 개의 신화’는 신지아의 감춰진 스펙트럼을 새삼 확인케 하는 곡이다. 비에니아프스키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그녀의 기교를 다시 증명해낼 곡으로 이처럼 다양한 드라마를 갖춘 곡들은 매번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반전’의 연속이다. 

신지아는 앞서 2012년 본명인 ‘현수’ 대신에 ‘지아’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반전을 꾀했었다. 그녀는 2008년 롱티보 콩쿠르 우승, 2012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며 알려진 현수라는 이름 대신 해외 무대에서의 활동을 위해 발음이 편한 이름 지아로 바꿨다. 스타일과 이미지도 세련되면서도 열정적인 짧은 커트 머리에서 긴 머리 스타일의 감미롭고 여성적인 스타일로 바꿨다.

“이번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저의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신현수 때의 저와 신지아 때의 저는 이미지가 상반되는데 지아의 제 모습만 아는 분들도 있을 거고 제 안에 다양한 면을 꺼내고 싶었죠.”

그간 리사이틀에서 작곡가별로 바흐, 슈베르트, 베토벤 등을 연주해온 그녀는 이번 연주에서는 다양한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 여러 곡을 선택했다. “제가 고집하면서도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정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죠.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낼 수 있는 곡들을 모으다 보니 이번 프로그램이 나왔어요.” 

10년 전 자신의 첫 앨범 ‘패션(PASSION)’의 파트너였던 피아니스트 아키라 에구치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돼 그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기록할 수도 있게 됐는데 “10년 전과는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신지아는 경색됐던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게 하는데도 일조했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 함께 관람한 ‘한중문화교류의 밤’에서 중국 전통 가극 ‘호접몽’이 바탕인 협주곡 ‘나비연인’을 연주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시 주석 부부는 신지아가 연주를 마치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현지에서는 이 곡을 처음 연주해본 그녀에게 호평이 쏟아졌다. 

다양한 무대를 섭렵한 신지아의 최근 연주에는 자만이 아닌 자신감 뽐냄이 어닌 조화가 자리잡고 있다. 연주뿐 아니라 마음과 성숙도가 확실히 깊어졌고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카리스마는 화려한 외향이 아닌 단단한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신지아는 “내가 먼저 행복하고 편안해져야 음악도 그렇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우선 일상에서 힐링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등산도 좋아하게 됐고요. 소소하게 내려놓는 방법을 배우고 있죠. 패기가 넘치고 열정을 불사르는 것도 좋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도 좋아요. 그렇게 제 음악도 변해가고 다양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겠죠." 

신지아는 이번 리사이틀의 부제인 ‘달과 태양을 동시에 품다’에 수긍하며 편안하게 웃음 짓는 얼굴과 달리 손가락은 단단하게 활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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