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입찰제안서 보내...호반건설 기업가치 최소 1.5조원대 평가

호반건설이 서초구 우면동 일대에 건설중인 신사옥 조감도. 사진=호반건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건설업계 현금부자로 평가받는 호반건설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최근 IPO를 위한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의 제안서를 받아 검토한 본격적인 IPO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이다. 호반건설이 상장하게 되면 호반그룹 계열사 중 첫번째 상장사가 된다. 

호반건설의 '깜짝' IPO 추진에 증권가는 호반건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선택하는 경우는 차익실현이나, 사업확장 등을 위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현금부자'란 말을 들을 정도로 막강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호반건설은 결과적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올해 초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해 1조6000여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차입 없이 현금으로 마련했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의 IPO 추진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호반건설 기업가치 최소 1.5조원대

호반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148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625억원으로 1791억원을 냈던 2016년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지만, 순이익은 2044억원에 달하면서 전년대비(1324억원) 54.3%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호반건설의 기업가치를 최소 1조원대 이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에 증권시장에 상장된 건설사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7배를 반영하면 호반건설의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원대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고 있어 상장과정에서 예상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상장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대주주 일가 역시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는 김상열 회장으로 전체 지분의 29.1%를 보유 중이며, 호반주택건설이 12.6%, 김 회장의 부인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4.7%를 보유 중이다. 2대주주인 호반주택건설은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상무가 전체 지분의 85.7%를 보유하고 있다. 

'현금 부자'로 꼽히는 호반건설이 IPO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IPO를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M&A 자금으로 활용해 그룹을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무산됐지만 대우건설을 비롯해 금호산업 등 굵직굵직한 인수전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적극적인 사세 확장과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사진=KLPGA 

김상열 회장 역시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비해 과감하게 기존 사업 방식을 버리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신규 사업 발굴과 M&A를 포함한 미래비전 찾기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IPO 통해 마련한 자금, M&A 실탄으로 사용되나

증권가에서는 그러나 호반건설의 IPO 추진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IPO 추진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반건설 역시 "현재까지는 상장 검토 단계로, 구체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호반건설이 과거 M&A 추진 과정에서 자주 발을 뺐던 사례 역시 증권가의 불안한 시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SK증권, 동부건설, 한국종합기술 등 다양한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번번히 인수를 포기했다. 이 때문에 호반건설은 증권가에서 '체리피커(실속만 챙기는 사람)'란 불명예스런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IPO 추진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시공능력 10위권에 달할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만큼 이제는 상장을 통해 그룹의 사세를 확장하고 이미지 제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IPO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M&A에도 나설 수 있어 일거양득인 만큼 IPO 추진을 전격적으로 결정할 수 있이란 분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호반건설은 내년 30주년을 맞아 신사옥을 마련할 정도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며 "김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사세 확장을 천명한 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면 호반건설이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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