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립창극단 ‘완창 판소리’에서 생애 첫 완창 도전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봄 햇볕처럼 따뜻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이 시대의 스타 명창 국악인 박애리(41)가 이몽룡과 성춘향의 ‘춘향가’로 생애 첫 완창에 도전한다. 원래 ‘춘향가’의 완창은 5시간 30분에서 6시간이 걸리는 ‘판소리계 마라톤’이라 불리는 고난이도의 판소리다.

21일 오후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창극단 ‘완창 판소리’에서 훌륭한 균형 감각을 갖추고 ‘국악 대중화’에 선봉에 서있는 박애리가 김세종제 완창 ‘춘향가’를 들려준다. 

박애리는 드라마 ‘대장금’ 주제가 ‘오나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200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 선정됐고 국립창극단 ‘아비, 방연’의 작창을 맡아 자신만의 길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남편인 댄서 팝핀현준(39)과 함께 꾸민 무대로 호평을 듣으며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였다. 

하지만 종종 “완창을 왜 하지 않느냐”는 대중의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박애리는 이에 대해 “고등학교 때 완창을 몇 번이나 배웠어요. 저희 쪽 말로는 ‘소리를 닦는다’고 하죠. 한번 배운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윤이 나도록 닦아야 하는 거죠.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소리로 완창을 하고 싶었어요”라고 답했다.

그런 가운데 그동안 갈고 닦은 소리로 완창 무대에 서는 것 자체도 큰 공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체로 귀한 자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박애리가 30대에 부르는 소리, 40대에 부르는 소리, 50대에 부르는 소리에 점점 삶의 깊이가 더해져서 곰삭고 연륜이 생겼으면 해요.”

원래 김세종제 ‘춘향가’의 특징은 는 격조 있고 노랫말로 소리를 잘 그려낸다는 평을 듣는다. 박애리는 고향인 전남 목포에서 명창 안애란, 서울로 올라온 뒤 명창 성우향에게 춘향가를 사사했다. 그렇게 스승들에게 배우면서 ‘더늠’, 즉 창자가 사설과 음악 등을 새롭게 짜 넣은 소리 대목 등을 넣어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었다. 

박애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스승님들이 일상에서 해주신 말씀 하나하나를 떠올리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모든 소리에 힘을 주지 말라는 말씀이 제일 남아 있어요. 흘려보내야 할 대목은 흘려보내고 야무지게 해내야 하는 부분은 정말 야무지게 하고 자연스런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고 결의를 다졌다. 

4월은 국악 공연이 많은 달이지만 박애리는 완창을 앞두고 들어온 공연 제의는 모두 거절했다. “무리가 안 되는 공연들이라도 기운을 뺏기면 안 될 거 같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는 목이 잠기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음고생을 한 것도 무대 횟수를 조정하는데 한몫했다. “여러 무대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을 서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됐어요. 아침부터 링거 맞고, 약 먹고 무대에 서면 저를 초청해주신 분에게 ‘죄인이 되는 마음’이라고 할까. 지금 보다 무대에 덜 서더라도 더 좋은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다만 지난 16일 KBS의 세월호 4주기 추모음악회 ‘기억 그리고 다시, 봄’에만 출연해 민요 ‘한오백년’을 불렀다.

“사고 당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이 즈음에 다른 공연 제의는 모두 ‘죄송하다’고 거절했지만,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더 중요한 거 같았거든요.”

박애리의 하반기와 내년 스케줄은 이미 가득 채워졌다. 내년 6월에는 판소리로 유럽 투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방위로 활동하는 와중에 소리의 길도 꿋꿋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박애리의 완창에 고수로 임하는 이태백은 연습 자리에서 “박애리 소리 잘하네!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사람 누구야 누구”라고 목소리를 드높이며 박애리를 칭찬했다.

“이태백 선생님이 제 성음이 좋아서 '귀를 씻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제 다양한 작업이 한눈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 안 해요. 더불어 가는 것이지,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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