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작가 창작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노인들에 희망을"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에 출연중인 배우 최불암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제 나이는 연극할 시간을 잃었어요. 힘도 없고 계단을 올라가기도 힘들죠. 하지만 ‘삶의 의미가 이렇다’고 부르짖고 싶어요. ‘다리몽둥이가 부러져도 어떠냐’는 삶의 각오로 무대에 서죠.”

브라운관을 통해 한국인의 아버지상으로 널리 알려진 원로배우 최불암(78)이 4월 18일부터 5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무대에 오른다. 

1993년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각색한 연극 ‘어느 아버지의 죽음’ 이후 TV드라마와 영화에만 주력해 왔던 그는 25년 만에 연극무대에 오르는데 최근 ‘한국인의 밥상’ 촬영차 남해에 갔어도 연극 생각뿐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이번 ‘어느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의 연기인생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막 프레스콜에서 조금은 느긋한 모습의 최불암은 “한두군 데 실수를 했어요. 무대가 검어서 등퇴장이 참으로 어려워요. 노구인 만큼 ‘헛발질을 할까’ 걱정됐고 그러다 보니 대사를 잊어버렸죠”라고 특유의 웃음 지었다.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는 연극 ‘하나코’ ‘해무(海霧)’ 등을 통해 세밀하고 진중한 글쓰기 호흡을 보여준 김민정 작가의 창작극으로 2016년 초연한 자신의 연극 ‘아인슈타인의 별’을 모태로 재구성했다. 김 작가는 우리 삶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존재 자체로 빛을 발하는 인간 존엄과 가치를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속에 녹였다.

천문대에서 별을 바라보다 작품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는 김 작가는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인의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애틋함을 소재로 극작했다. 관객에게 ‘당신 삶은 어떠합니까?’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공 최불암은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노인을 연기했다. 김 작가의 ‘아인슈타인의 별’을 눈 여겨 봤다는 최불암은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연극이라면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자신의 출연 동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 신문을 보니 OECD 가입국 중에서 우리나라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후에 이 연극에 출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젊은이들의 아픔이 이렇게 간절한데, 삶의 의미가 돈독해졌으면 하는 작품이거든요. 나이 먹은 사람이 희망과 아픔을 전해줬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배우 최불암은 한 시대를 주름잡은 스타다.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회장과 드라마 ‘수사반장’의 ‘박반장’, 그리고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등 주로 TV스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연기 원천은 1959년 극단 실험극회의 ‘햄릿’을 시작으로 한 연극이다. 

“25년 전 ‘어느 아버지의 죽음’에 출연할 때 박수를 많이 받았어요. 이후 살다 보니 TV로 넘어가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TV는 연극보다 더 많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으니 후회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사실상 연기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이제 드라마는 그만둬야겠다고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제 노역이 아니면 연기하기가 쉽지 않죠. 이번 연극이 ‘고별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마음은 나름 정리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자부심과 연기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다. 배우는 광대라며 ‘넓을 광(廣)’에 ‘큰 대(大)’로 읽는다고 했다. “광대가 공연하는 곳에서는 세상의 문제점들과 판단을 교환하는 장소였죠. ‘내가 아는 것’을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겁니다. 서로 합의를 해서 의미를 내놓은 거예요.” 최불암의 연기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