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특경법 적용 불가’ 원심 파기 환송

수서발 고속철도(SRT)가 첫 운행을 시작한 지난 2016년 12월9일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으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대법원은 수서발 고속철도(SRT) 공사비리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와 설계·감리업체 책임자들이 계약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하고 받은 대금 전부를 사기에 따른 이득액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와 업무상배임, 배임수재,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두산건설 현장소장 함모(57)씨의 GS건설 현장소장 김모씨 등 관련자 15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무죄판단을 내린 일부 사기혐의에 대해 유죄취지의 판단을 내리면서 시공사인 두산 컨소시엄이 계약된 슈퍼웨지 공법이 아닌 화약 발파로 공사하고 마치 계약대로 시공한 것처럼 대금을 받은 것은 특경가법상 사기죄의 이득액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액의 범주를 슈퍼웨지공법을 쓰겠다며 받아챙긴 공사비 전액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애초 수서발 고속철도(SRT)공사를 진행하면서 신규 건설선로 인근으로 기존 KTX선로가 지나가고 밀집한 아파트 단지인 분당지역을 지나가는 점을 감안해 공사비가 기존의 화약 발포 공법보다 5배가량 비싸지만 진동과 소음이 적은 슈퍼웨지 공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시공사와 시행사의 현장소장 함씨와 임씨 등은 더딘 공사진척을 핑계로 공법을 변경해 화약굴착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분당지역등의 밀집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항의와 민원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해당 건설회사는 고속철도(SRT)공사를 슈퍼웨지 공법으로 진행된 것처럼 속여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5배나 많은 공사비를 받았고 GS건설 현장소장 김씨 등은 설계보다 3300개나 적게 강관을 넣고 공사를 진행한 혐의도 받고있다. 이 밖에 철도시설공단 부장 박모씨는 이 과정에서 공법변경을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실제 슈퍼웨지 공법으로 시공한 기간은 공사 시작 후 초반 일부에 불과해 보인다. 안전과 소음, 진동으로 인한 주민 피해 등을 고려해 화약 발파에 비해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슈퍼웨지 공법으로 시공하기로 계약했음에도 상당 부분을 계약 취지에 반해 공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치 계약대로 공사를 시공한 것처럼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을 기망한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정도”라며 “지급 받은 기성금 전부가 편취액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산 컨소시엄이 얻은 실질적 이득액이 슈퍼웨지 공법으로 산정된 공사대금과 실제 공사에 상응하는 공사대금의 액수 미상 차액임을 전제로 그 액수를 168억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과정에서 함씨 등은 2015년 경기도 용인시 일대 수서고속철도 건설공사에서 진동이 적은 슈퍼웨지 공법을 사용하기로 하고 화약 발파로 시공한 뒤 철도공단으로부터 공사비 168억여원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이들은 슈퍼웨지 공법으로 시공 계약을 한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약을 사용하는 일반 발파 공법으로 시공하고 허위로 기성내역서 등을 청구해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함씨 등은 “공사 진척이 더뎌 공기를 맞추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발파공법을 사용했을 뿐 공사비 차액을 착복하기 위해 속임수를 쓴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1심에서 “중요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공사에서 관련자들의 공모에 의해 공사대금이 편취될 수 있다는 우려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발주처, 시공사, 하도급사, 감리단 책임자들에게 엄정한 형이 필요하다”며 함씨에게 징역 5년 공사팀장 최모(46)씨에게 지역 2년 6개월 등 23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함씨 등이 애초부터 화약 발파로 시공할 의사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슈퍼웨지 공법으로 산정된 공사대금 전액을 가로채려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며 형법상 단순사기죄일 뿐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함씨에게는 1심 보다 낮은 징역 4년이 선고했고 하도급 업체 부사장 김모(48)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5억원이 감리업체 전 이사 이모(57)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실질적 이득액의 구체적 산정을 위해 계약 구간에서의 두 공법에 의한 시공내역과 실적이 명확히 특정돼야 하는데 그에 대한 증명이 없다. 이득액이 168억원 상당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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