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조선시대 진경산수화 화풍을 잇는다...오용길 화백 중국 명산의 봄 전시14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중국 명산 수묵 담채화에 담아
  • 양희중 기자
  • 승인 2018.04.16 12:45
  • 댓글 0
오용길 화백이 14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제 24회 개인전을 시작했다. 중국의 명산을 다니며 감탄한 느낌을 우리나라 전통기법인 수묵 담채화로 화폭에 풀어냈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조선시대 진경산수화를 창시한 겸재 정선(1676~1759)은 조선의 아름다움을 하얀 화폭 위에 자신만의 지필묵만으로 정성스럽게 담아 조선 최고의 화원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한국화가 오용길(70)은 50년의 세월 동안 먹과 붓으로 자신만의 진경산수화를 그려내며 한국화의 진정한 맥을 잇고 있다.

올해 고희가 된 한국화가 오용길은 지난 몇 년 간 둘러보며 감탄하고 감동했던 중국의 명산들을 화폭에 담아내는 새로운 그림을 시작했다. 그러한 의미로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오용길 개인전은 한국화단의 기념비적인 전시다. 

이번에 전시된 오 화백의 작품은 100호에서 500호, 2m~3m 이상의 대작들로 웅장하고 수려한 명산의 모습을 담아낸 수묵 산수풍경이다. 중국의 명산 중에 명산이라 불리는 황산, 무이산, 태행산, 안탕산의 생동감 넘치는 봄 풍경을 동양적 미감과 수묵담채의 깊은 여운으로 담아낸 그림 25점이 전시됐다. 

중국 명산은 오 화백에게 큰 감흥과 행보를 보여줬는데 맑은 풍경과 파릇파릇 청아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 나무, 그리고 온갖 식물들을 담긴 대형화폭을 감상하고 있으면 마치 봄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된다. 

오 화백은 특유의 잔붓터치로 마감한 담필의 특성을 제대로 살렸는데 가까이 보면 나무 이파리들과 풀 하나에도 생명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원경에 배치된 산의 묘사는 하늘과 맞닿을 만큼 높게 치솟은 기암절벽을 먹색의 연한 담묵으로만 처리함으로써 그 규모와 멀어져가는 자태를 보기 쉽게 대비시켰다. 덕분에 기운생동하는 암벽의 특성을 유지함으로써 풍광의 장엄함과 함께 대형 화면의 긴장감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오 화백은 1980년대부터 실경산수화를 발표해왔다. 기존의 관념적 전통산수화에서 탈피해 친근한 풍경을 다룬 수묵화로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화단의 평은 이어졌다. 특히 1990년대부터 시작한 매화, 산수유, 벚꽃 등을 화면 가득히 그린 화사한 그림은 작가 특유의 화풍으로 많은 작가들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왈종, 이숙자, 황창배, 박대성 등과 함께 80년대 미술시장에서 스타작가로 꼽혔던 그는 90년대 서양화의 인기속에 인기 작가들도 ‘서양화같은 한국화’로 변화를 꾀했지만 그는 먹을 놓지 않고 전통 수묵화의 대를 이었다.  

덕분에 한국 미술사를 논할 때 오용길을 빼고는 안될 정도로 존재감이 높아졌고 수묵담채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독보적인 한국화가로 손꼽힌다. 수묵담채화 대가인 그는 “무엇보다 그림은 품격이 있어야한다”고 정의했다. “서울예고때 김병기 선생이 해준 말씀으로 지금도 마음 바닥에 그 말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화가 죽었다’는 세간의 평에도 그는 단호히 “한국화 작가들이 좋은 것을 보여주면 되는데 그게 약하다. 박대성 화백 같은 비중있는 작가들이 많아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그런 작가가 많지가 않은 게 문제다. 젊은작가들도 지필묵을 아예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화는 몇 년 해서 되지 않는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견딜 재간이 없다. 환호와 반응도 없고 그러니 얄궂은 울긋불긋 그림으로 가지 않나”

또한 그는 “80년대는 한국화가 걸리기만 해도 팔리던 시대였다. 당시 송영방 이영찬 이종상 같은 선배들이 한국화 붐이 일었을때 일명 ’돈맛‘을 본 세대였다. 이젠 그 세대가 너무 조용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 화백은 “급변하는 시류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화단은 좋은 작가들이 좋은 그림을 보여주면 살아난다. 한국화가 침체된 요인 중 하나가 작가들이 좋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대규모 전시장으로 웬만한 화가들이 엄두를 못내는 전시장이다. 대개 그룹전과 아트페어로 활용하는 전시장으로 이번 오 화백의 전시는 최근 몇 년 간 보기 드문 대형 한국화전시여서 주목된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오 화백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차곡차곡 그려서 쌓아 놓은 신작을 공개함과 동시에 중견작가의 잠재된 역량과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는 대작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서양화 일색인 현대미술시장속에서 한국화는 죽었다고 단정하는 시선이 있지만 제 몫을 해내는 중견화가의 활약이 있기에 한국화의 또다른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 화백은 고희의 나이에도 대형 작품을 완성해 전시하는 신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오용길 개인전이 14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0일까지 열린다. 2m~3m 크기 대작 25점을 걸었다.

양희중 기자  techj740@naver.com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희중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