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쉐퓨’ 이어 세 번째 ‘미야’ 가스전 발견…2004년 이후 해마다 큰 선물
탐서 성공 확률 10~30% 불과…탐사 실패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여야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 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미얀마 쉐 가스전. 사진=포스코대우

미야-1 탐사정 시추로 가스전 발견

인도 회사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A-1광구 바로 남쪽에 붙어 있는 A-3광구를 취득한 후, A-1광구 쉐 가스전 평가와 쉐퓨 유망구조 확인을 위해 실시한 3D 인공지진파 탐사를 남쪽으로 일부 연장해 A-3광구의 북부 지역까지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2D 인공지진파 탐사자료상에서 bright spot이 보였던 지역이다. 3D 인공지진파 탐사자료해석 결과 도출된 A-3광구의 유망구조의 이름은 미얀마어로 에메랄드라는 뜻인 ‘미야’로 지었다.

2005년 10월 인도의 석유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ONGC, GAIL, 그리고 한국가스공사와의 A-3광구 지분 양도계약 및 공동운영계약 서명식을 우리나라 한 호텔에서 했는데, 마침 서명식을 한 호텔 회의실 이름이 에메랄드 룸이었다.

당시 참석자 중 어느 분이 “지금 서명식을 하고 있는 이 회의실이 에메랄드 룸인데, 다 같이 미얀마 A-3광구의 에메랄드 가스전 발견을 위해 건배합시다”라고 제의했던 건배사가 생각난다.

그때는 이미 미야 유망구조에 시추를 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2006년 1월 미야-1 탐사정 시추를 통해 세 번째 가스전 ‘미야’를 발견하는 개가를 올렸다. 2004년 1월에 쉐 가스전 발견을 공식 발표한 이래, 2005년 3월 쉐퓨 가스전, 2006년 1월 미야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면서 2004년부터 3년에 걸쳐 해마다 회사에 커다란 선물을 안겨줄 수 있었다.

추가 유망구조들에 탐사정 시추했으나 실패

가스전 발견에 성공한 A-1광구와 A-3광구에 추가 탐사를 하는 경우, 설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탐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이미 발견한 가스전 수익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감하게 추가 가스전 발견을 위한 탐사작업을 진행했다.

첫 번째 탐사정에서 가스를 발견한 쉐-1 탐사정 시추를 포함해 총 다섯 차례 시추 캠페인 동안 미얀마 북서부 해상 A-1광구와 A-3광구 그리고 심해 AD-7광구 등 3개 광구에서 모두 12개의 유망구조에 시추를 해 쉐, 쉐퓨, 미야 3개의 가스전을 찾았다. 그러나 나머지 9개의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정 시추에서는 아쉽게도 가스 발견에 실패했다.

가스 발견에 성공했다는 소식에는 다들 환호하고 축하를 보내주지만, 탐사정 시추에서 가스를 발견하지 못하면 주변에서는 ‘이번에는 무엇이 잘못 돼 가스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또는 ‘기술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규모 시추 비용을 투자하고도 가스 발견에 실패하게 되면 그동안 들인 투자비가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탐사정 성공 확률은 겨우 10~30%

그러나 석유탐사의 경우 분석 가능한 모든 자료를 활용해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시추를 했을지라도 성공할 확률은 10~30%에 불과하기 때문에 탐사의 실패를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

홈런 타자가 몇 차례 삼진을 당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나할까. 물론, 여러 게임에서 계속 삼진을 당하고 출루를 못한다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대책을 강구해야 하겠지만, 한두 게임에서 제대로 못한다고 해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려 주지 않는가.

석유탐사에 있어서 탐사정의 경우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훨씬 높지만, 탐사에 성공하면 그동안의 모든 실패를 보상해 주는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유망하다고 예상했던 지역에서 석유를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탐사를 수행한 담당자가 할 일은 남아있다.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석유 부존의 요인 중 어떤 것이 문제가 됐는지 파악한 다음, 향후 탐사에 필요한 자료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A-1 광구의 쉐, 쉐퓨 가스전과 A-3 광구의 미야 가스전. 가운데 푸른 색 윤곽선은 쉐-1 탐사정 시추 직후 실시한 3D 인공지진파 탐사 지역을 나타낸다. 쉐 가스전 발견 직후 A-3광구에서도 가스전 발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A-3광구 광권을 취득하고 3D탐사를 A-1광구와 A-3광구 북부에 실시했다. 사진=저자 제공

미얀마 가스전의 공인 인증 자원량과 매장량

여기서 잠깐 자원량과 매장량에 대해 알아보자. 석유자원의 양에 대해 이전에는 시추에 의해 발견되지 않은 상태, 즉 탐사단계에서 추정되는 양도 매장량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것이 석유개발 투자자에게 혼선을 초래한다고 해 우리 정부가 석유자원의 양을 국제 기준대로 탐사자원량, 발견잠재 자원량, 매장량의 세 가지로 엄격하게 구분하기로 했다.

우선 탐사자원량(prospective resources)은 탐사정 시추에 의해 석유부존여부가 확인된 것이 아니라, 인공지진파 탐사자료 분석을 통해 지하에서 원유나 가스를 발견할 경우 예상되는 자원량을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탐사정 시추 결과 원유나 가스가 전혀 부존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이 날 수도 있는, 그야말로 추정치에 불과하다.

발견잠재 자원량(contingent resources)은 탐사정 시추로 석유나 가스를 발견한 후 추정하는 자원량이다. 발견잠재 자원량은 불확실성의 정도에 따라 1C(low, 최소), 2C(best, 적정), 3C(high, 최대)로 구분된다. 탐사정을 시추한 후, 3D 인공지진파 탐사와 평가정 시추에 의해 불확실성이 줄어들수록 발견잠재 자원량의 수치가 바뀔 수 있다.

매장량(reserve)은 탐사정과 평가정을 모두 뚫은 후 개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상업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정되고 개발이 개시됐을 때부터 쓰는 명칭이다. 가스의 경우는 개발이 개시되더라도 가스판매에 대한 장기 계약이 체결되어야만 매장량이라고 부른다.

매장량의 확실성에 따라 1P·2P·3P

매장량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생산정 시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여전히 부존량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그 정도에 따라 proven, probable, possible로 나눈다. 불확실성이 거의 없이 확정된 매장량을 1P(proven), 확정된 매장량과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매장량을 합한 것을 2P(proven+probable), 확정된 매장량과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매장량을 모두 합한 것을 3P(proven+probable+possible)라고 정의한다. 생산정 시추가 진행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될수록 1P의 양이 점차 증가하게 된다.

그동안 석유개발에 참여한 회사들이 언론에 보도할 때나 투자자를 유치할 때 탐사자원량을 마치 상업적으로 확정된 매장량이나 발견된 자원량인 것처럼 발표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정부의 용어 통일에 의해 이런 혼선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4년 1월 한국가스공사와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은 미얀마 A-1광구에서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시추선에서 산출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포스코대우

원유 또는 천연가스의 단위

자원량 또는 매장량의 단위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다르다. 원유는 ‘배럴’이라는 단위를 쓴다. 1배럴은 159리터, 무게로 환산하면 약 0.136톤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10억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데, 이는 하루 약 270만 배럴에 해당하며 이를 톤수로 환산하면 약 37만 톤이다.

천연가스는 ‘입방피트’라는 단위를 쓴다. 1조 입방피트(TCF, Trillion Cubic Feet)는 LNG로 바꿀 경우 약 2100만 톤이 되며, 원유로 환산하면 약 1억9000만 배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3300만 톤의 LNG를 수입하는데 이는 약 1.6조 입방피트에 해당 된다.

가스개발 위해서는 공인인증 자원량 필요

액체 상태인 원유는 판매가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그러나 천연가스의 경우 가스관을 통하거나 LNG로 액화한 후 수송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따라서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가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구매자가 자원량에 대해 보장 받으려고 하는 이유도 대규모 투자에 따른 우려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스를 개발해 생산하고자 하는 회사는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제3의 전문 인증기관으로부터 발견잠재 자원량 인증을 받아 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쉐, 쉐퓨, 미야 3개의 가스전에 대한 모든 평가정 시추작업을 완료한 후, 우리 기술진은 평가정들의 시추결과와 3D 인공지진파 자료를 분석해 지질 모델링과 저류층 시뮬레이션을 거쳐 회사 자체로 자원량을 계산했다. 이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 인증기관에 3개 가스전에 대한 자원량 인증을 의뢰했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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