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반대…예비급여제도 철폐 주장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고난이도 의료행위 거절할까 걱정 
 

대한의사협회 제40대 회장으로 선출된 최대집 당선인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해 의협이 정부에 요구하는 두 가지 원칙을 밝히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문재인 케어'와 전쟁을 선포한 최대집 후보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되면서 최우선 공약이었던 ‘문재인 케어(건강보험보장성 강화정책)’ 폐지를 위해 정부와 전쟁을 선포 등 연일 강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대한의사협회 제40대 회장으로 선출된 최대집 당선인은 정부에 요구하는 두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핵심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의 반대와 예비급여제도의 철폐다. 우편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서 지난달 23일 의협 회장에 당선된 최 당선인은 임기가 5월 1일부터인 관계로 아직은 당선인 신분이다.

최 당선인은 의협 회장 당선과 동시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최 당선인은 태극기 집회 참석 등 과거 정치 활동 이력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의협 회장이 이렇게 일반인에게 주목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시작과 함께 ‘의료비 걱정없는 나라’를 위해 ‘문재인 케어’를 선언하고 30조 원의 막대한 비용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총 3800여개에 이르는 비급여를 의학적 타당성과 비용 효과성을 따져 타당성이 입증되면 보험급여로 처리하고 부족하면 예비(선별)급여로 한다는 것이다. 미용성형이나 단순 기능 개선에 해당되는 행위는 비급여로 존치 시킨다는 것이 ‘모든 비급여의 단계적인 건강보험 적용’의 중요 골자다.

이번에 의협이 문제 삼고 있는 예비급여는 전면적인 건보 적용(급여화)을 하기엔 비용 효과성 검증 등이 부족한 의료행위를 비급여로 남겨두는 대신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해 정가를 매기고 환자 본인 부담을 80~90% 정도로 높게 잡거나 실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제한하는 비급여 통제다. 

최 당선인은 이러한 정부의 예비급여 건보 적용에 대해 예비급여제도 자체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최 당선인은 “문재인 케어에서 우리가 원하는 원칙은 두 가지다. 비급여의 전체 급여화는 절대 안 되고 예비급여제도는 철폐돼야 한다. 현 정부에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임기내에 전면 급여화란 망상적인 정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최 당선인은 “(문 케어는) 할 필요도 없고 해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 안 된다. 이는 의사들의 직업 수행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임기내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줄어들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63.4%에서 70% 올라가지만 책임지지도 못하는 막대한 건보재정 지출과 건보료 인상이 뒤따라 오해려 국민들에게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필수의료 비급여의 급여화를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동의한다. 역대 정부가 가져왔던 기조처럼 건보재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정확한 재정추계를 하고 급여의 우선순위를 따져 의료계와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당선인은 문케어가 국민들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손보험사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부분의 환자들이 비급여 비용을 실손보험을 통해 커버하고 있는데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보험금 지출감소로 손보사들의 혜택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최 당선인은 “우리나라 국민 3000만명 이상이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정부가 실손보험은 빼놓고 얘기한다. 문케어 정책에서 유일하게 이익을 보는 집단은 재벌인 손보사 밖에 없다.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까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문케어의 본격적인 시행을 알리는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을 강행하자 이달 안에 대규모 궐기대회부터 집단휴진까지 예고한 상태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 등에서는 ‘환자의 건강을 볼모로 한 직능 이기주의’라며 비난 여론이 매우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차가워진 여론에도 불구하고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저지를 포함한 문케어 저지 대규모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 당선인은 “대규모 궐기대회와 이대목동병원 의료인 구속이라는 돌발상황이 생겨 4월 투쟁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일정을 앞당겨 전국 대규모집회 형식으로 할지 27일 집단휴진으로 할 지 29일 문케어와 이대목동병원 이슈를 묶어 대규모 집회로 할지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휴진과 파업은 말 그대로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고, 쉽게 해서도 안 되는 결정이다. 합리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무단적인 탄압 상황까지 발생하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의사들이 진료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요구하는데 국민 입장에서 누가 지지하겠나. 오죽하면 총파업까지 고려하는 의료계의 입장도 생각해달라”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복지부와의 문케어 협상이 적정수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제기된 지적에 대해서는 “9차 협상까지 경과를 보니까 급여항목 수가를 어느 정도 인상할 의지가 없다. 언론에서는 얘기하지만 실제 9차 협의까지 왔을때 수가를 인상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최 당선인은 복지부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에게 문케어를 주제로 생방송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최 당선인은 “김 의원이 내가 거짓말과 선동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하는데 복지부와 김 의원 모두 나와 녹화 편집 없이 생방송으로 토론을 하자.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얘기해보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의협은 최근 문케어 지지 의사를 밝힌 대한한의사협회와 의료기기 사용 허용 의사와 한의사 면허통합 추진 등의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에 반발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최 당선인은 “한의협이 문케어를 지지하는데 의료계에서는 신경 쓸 꺼리도 안 된다. 한의원은 필수적인 의료가 아니다. 한방도 급여화 해달라고 하는데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의원이 하루 문닫아도 사회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의협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면허통합이나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싶으면 한방 의사들이 의과대학을 들어가서 의사면허를 따면 된다. 한의사 면허를 가지고 엉뚱한 일을 하려고 하느냐. 자연과학을 한 사람과 전통의학을 한 사람과 면허통합이 되느냐. 환자 질병을 대하는 원리가 다르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최 당선인은 임기내 문케어 저지와 함께 수가 정상화와 심사체계 개편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첫번째는 문케어를 반드시 저지해내야 한다. 말 그대로 백지화 시키는 식은 아니다. 두 번째는 초저수가로 유지되는 시스템 문제다. 진료비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 세 번째는 심사체계 개편이다. 의학적 원칙으로 행한 의료행위가 심평원으로 넘어가서 삭감되는 심사체계 개편이 진료비 정상화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당선인은 최근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미숙아들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불가항력적이든 의료과실이든 매우 비극적인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아이들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앞서 지난 4일 주치의 조수진(45)교수와 박모 교수 및 수간호사 A씨 등 의료진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주사제 나눠 쓰기를 포함한 잘못된 관행을 묵인하고 관리·감독에 소홀한 혐의로 조 교수 등 의료진 7명을 오는 10일 서울남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키로 했다. 간호사 B씨 등 4명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될 예정이다.

이에 최 당선인은 “마치 살인자라도 되는 것처럼 (의료진을) 죄인 취급하고 무죄추정 원칙도 무시한 채 구속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100일 동안 수사해 더 이상 수사할 것이 없다. 그런데도 증거인멸의 우려를 이야기하며 구속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쁜 결과만 갖고 의사를 살인자 취급하면 우리 의사들은 중환자 치료 현장에서 떠날 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목숨과 의학적 양심을 걸고 치료해도 살인자 취급을 당한다면 현장을 떠나겠다. 의사가 중환자실에서 떠나면 환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는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병원이 적자를 보게 돼 있어 병원 입장에서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투자하기 쉽지 않다. 이번에 벌어진 불행한 사건도 결국 부족한 투자가 빚은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의사회도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 성과로 보여주기 쉬운 장비와 병상 수 확장에만 편중하고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 확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장비 노후화로 인해 의료진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하지 않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환아 4명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던 중 오후 9시32분께부터 오후 10시53분께 사이 순차적으로 숨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신생아들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Citrobacter freundii)에 오염된 지질영양 주사제를 맞고 균 감염(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수사 결과 의료진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야식을 먹는 등 전반적인 의료 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주사 준비자와 투약자 일치’ 등의 감염관리 지침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진이 참여하는 특별 조사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피해 유가족들은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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