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지난 이야기부터 해보자.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강석진 후보는 경상남도 산청에 출마했다. 그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 비서실 근무를 했던 사람이다. 당시 강 후보는 자신이 친박 후보이며 ‘진박 후보’라고 이야기해 당 안팎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거의 모든 후보들은 자신이 친박 후보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크게 걸어두기도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친박 장사(?)를 했는지 최경환 의원은 속칭 ‘친박 감별사’를 자임하기까지 했다.

더욱이 당시 선거 전 언론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대승을 할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또한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20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만으로도 충분히 개헌이 가능한 200석을 석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다시 본격적인 지방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인터넷 공간은 온통 출마한 정치인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언론도 벌써부터 지방선거 취재에 돌입했다. 현재 여당인 대다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한 때는 비문 진영의 대표적이었던 사람도 최근 언론에서 나는 ‘원조 친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촛불 정국과 대선을 지나면서 여당인 민주당의 인기는 대단히 높다. 문재인 대통령도 70% 안팎의 지지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주장하는 여당 예비후보자들의 ‘친문’ 마케팅을 보고 있자면 지난 20대 총선에서 ‘친박’을 운운하던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지 구별하기 어렵다. 게다가 언론도 기꺼이 그들의 ‘친문 선언’에 호응해준다. 누구는 오른팔이고, 누구는 복심이고, 또 누구는 정치적 동반자까지 정말 화려한 수식어에 놀랄 뿐이다.

그들은 왜? 스스로 친문을 강조할까

왜 친문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는 민주당 내부를 조금만 본다면 쉽게 이해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지금의 민주당을 만든 혁신을 시도했다.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당내 경선규정의 핵심은 소위 하향식 공천, 즉 당원에 의해서 공천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원으로 적극적으로 가입했고 권리당원, 대의원이 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기존 지역 당원 모집과 함께 추진한 온라인 당원 모집은 민주당의 권리당원수를 150만명 가까이 만들었다.

민주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당 행사에는 나타나지 않고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권리 당원이 약 30% 이상이라고 한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권리당원은 민주당 내에서 최소 60%~70%까지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그들은 오직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투표를 한다. 당내 경선에서 이 30% 이상, 60~70%의 권리당원의 힘은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문재인 마케팅을 기꺼이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에는 지금의 태극기 부대라 불리는 극우 단체들이 있다. 특정인을 지지하는 행위는 어찌 보면 개인의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특정인을 지지하는 정치적 집단의 힘이 커져 제어할 수 없다면 그것 또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 사람들

윤석열 서울 중앙지검장은 과거 국회에서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혀 사람들 사이에서 숱하게 회자됐다. 즉 외압이 통하지도, 외압은 없다는 의미로 발언했다. 윤 지검장은 지독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유명한 원칙주의자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당시 원칙주의 때문에 손해 본 것도 많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에 두고 “나는 친문이다”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나는 원칙주의자입니다”라고 하는 민주당 예비후보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국정농단의 시절과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원칙’의 중요성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원칙을 허무는 것은 쉽고, 무너진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은 어렵다. 사람이 아닌 민주주의 기본 원리와 국민을 위한 원칙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왜 안 보이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어디 출마하시는 분들 중 원칙주의자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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