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나로마트 납품단가 조작, 고위임원 조사도 지지부진
자체 감사 6개월, 아직 무소식…“경찰 수사 결과 따라 징계할 것”

'비리 백화점' 의혹의 중심에 선 경기 수원농협은 고위간부의 법인카드 불법 양도 논란에도 자체 조사는 지지부진 상황이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농협 본점.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지난해 경기도 한 지역농협에서 고위간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사실이 경찰 수사에 의해 드러난 가운데, 해당 농협의 부실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지역농협 감독 권한을 가진 농협중앙회 역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수원농협(조합장 염규종)에서 당시 경영본부장인 A씨의 법인카드가 농업영농회 총회장인 B씨에 의해 불법으로 사용된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수원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3월 수원농협 이사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참석하지도 않은 A씨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카드결제금액 중 일부는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카드깡’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B씨와 음식점 업주에 대해 각각 배임과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인카드를 불법으로 빌려준 A씨에 대한 혐의는 빠져 있어 부실 수사 논란을 낳고 있다.

더구나 고위 간부의 비위행위를 관리 감독해야 할 수원농협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도 자체 감사는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원농협 측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경찰 수사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카드를 빌려준 A씨는 현재 B씨가 거주하는 지역 지점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농협 법인카드는 농협 직원이 업무추진을 위해 조합원이나 고객을 상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제3자가 사용할 수 없다.

수원농협은 현재 수원시 일대에 20개의 지점과 3개의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수원농협 영동지점. 사진=조성호 기자

수원농협은 현재 수원시 일대에 20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나로마트 3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원농협 법인카드 사용자로 지정된 인원은 각 지점장과 본점 고위 임원 등을 포함해 20여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농협 안전총무팀 관계자는 “고위 간부의 법인카드 양도 사건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자체 감사실과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에 보고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부 절차에 따라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결과가 나와야 양형에 대한 수위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며 “따라서 경찰 요청에는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 역시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지점에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원농협의 비리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수원농협 조합장의 친동생은 수원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근무 당시 농산물 납품 단가를 부풀려 청구하거나 거래명세표를 허위로 작성해 주고 납품업자로부터 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이 연이어 비리 의혹이 나오고 있는 수원농협에 대해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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