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AI스피커에 ‘보이스톡’ 기능 추가…네이버는 정관 변경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위)와 카카오 판교오피스.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해 온 인공지능 스피커(AI) 시장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세한 가운데, AI 스피커에 인터넷 전화 등 음성통화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더구나 스마트폰 대중화를 이끈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룬 이동통신업계가 어떻게 대응할 지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AI스피커를 출시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사의 AI스피커에 음성통화 기능을 추가했거나 추가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T가 선보인 ‘기가지니’가 올해 3월 기준으로 누적판매량 70만대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이어 SK텔레콤 ‘누구’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4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카오의 ‘카카오미니’는 올해 2월 기준 10만대 이상, 네이버는 아직 판매대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달 29일 자사의 AI스피커인 ‘카카오미니’에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기능을 탑재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선보인 보이스톡을 AI스피커에 고스란히 반영한 셈이다.

카카오미니 음성통화는 음성으로 ‘OO에게 보이스톡 걸어줘’ 또는 ‘보이스톡 시작’이라고 명령하면 통화 대상을 확인한 뒤 보이스톡 연결을 요청한다. 단 전화걸기는 카카오톡 주소록에 등록된 일반 사용자 간의 통화만 가능하다.

카카오 측은 “보이스톡 수신 기능과 단체 채팅방 통화 기능도 단계적으로 추가해 카카오미니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달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별정통신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별정통신사업은 알뜰폰 업체처럼 통신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AI 플랫폼인 클로바 사업 목적상 음성통화 기능 탑재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출시 중인 AI스피커 ‘프렌즈’와 ‘웨이브’에 음성통화 기능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070 집전화와 같은 인터넷전화(VoIP) 방식과 카카오 보이스톡과 같은 mVoIP 방식 중 하나를 조율 중이다. 업계에서는 개별 전화번호를 부여받는 VoIP 방식의 음성 통화 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미니. 사진=카카오

KT는 이미 AI스피커 기가지니에 070번호 인식이 가능한 인터넷전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연락처에 번호를 등록하면 음성으로 전화를 걸 수 있으며, 특히 카메라를 추가하면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AI스피커 시장에 진출한 SK텔레콤도 올해 하반기 자사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유선전화를 대체할 인터넷전화(VoIP)를 제공할 방침이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구 플랫폼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고민하는 가운데 VoIP를 개발하고 있다”며 “빠르면 3분기 늦어도 12월에는 관련 서비스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와 통신업계는 지난 2012년 보이스톡 출시 당시 서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보이스톡이 기존 요금제에 구애받지 않고 데이터만으로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통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해 왔다.

이미 카카오톡으로 인해 문자메시지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어든 상황에서 음성통화마저 빼앗기게 되면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한 망 과부하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저하를 이유로 불가피할 경우 보이스톡 서비스를 차단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반면 카카오 측은 “이용자들은 데이터 사용요금을 지불하고 있고 카카오는 네트워크 회선료를 내고 있다”며 “서비스 차단 자체는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행위”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출시되는 등 2012년과는 요금제 체계가 완전히 다르고 대다수 국민들이 무료통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무리하게 서비스 확대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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