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DGB·IBK까지 은행권, 신한만 예외...IFRS17 도입 앞두고 보험업계 허탈

은행 출신 인사들이 최근 생명보험사 CEO로 속속 선임되면서 보험업계 내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왼쪽부터 허정수 KB생명 사장, 주재중 하나생명 사장, 장주성 IBK연금보험 사장. 사진:각 사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금융권에 새로운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그룹 계열 생명보험사의 신임 CEO로 보험사 출신이 아닌 은행권 출신 임원들이 속속 자리를 꿰차고 있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지주 및 은행 계열 생명보험사들의 수장으로 보험인 출신이 아닌 은행인들이 속속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같은 금융권이지만, 은행 출신의 CEO들로 인해 보험 특유의 전문성이 부족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CEO를 교체한 금융그룹 계열 생명보험사들은 KB생명과 하나생명, DGB생명, IBK연금 등 모두 4곳이다. 이들은 모두 새로운 CEO로 은행권 출신 임원들을 낙점했다. 

허정수 KB생명 신임 사장은 1990년 KB국민은행에 입사한 뒤 재무본부장, 부행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은행통이다. 2015년 KB손해보험에서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으로 일했던 것이 유일한 보험업계 경력이다.

반면 전임 CEO였던 신용길 전 사장은 업계 대표 보험통이었다. 신 전 사장은 교보생명으로 보험업계에 발을 디딘 후 사장까지 지냈고, 이후 KB생명에 영입됐다. 신 전 사장은 지난해 말 생명보험협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나금융그룹 계열 하나생명 역시 은행원 출신인 주재중 사장을 새로운 CEO로 선임했다. 주 사장은 1983년 외환은행으로 입사한 뒤 동경지점장, 기획관리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역시 보험업계 경력은 2016년 하나생명부터다. 

김경환 DGB생명 신임 사장은 아예 보험경력 자체가 없다. DG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에서 곧바로 DGB생명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1978년 대구은행에 입사한 김 신임 사장은 구미영업부장과 경북서부본부장을 지냈다. 김 신임 사장 전임이었던 오익환 전 사장은 교보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한화생명에서 잔뼈가 굵은 보험통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 계열의 IBK연금보험도 은행권 경력만을 가진 장주성 신임사장을 CEO로 낙점했다. 장 신임 사장은 1982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뒤 검사부장, 신탁연금본부장, 카드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올해 새롭게 선임된 CEO는 아니지만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역시 은행 출신 인사다.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2016년 부행장에 오르기까지 줄곧 농협은행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은행권 출신이 아닌 보험인 출신 생명보험사 CEO는 없을까.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 CEO 중 보험전문가로 불리는 보험인 출신 CEO는 신한생명의 이병찬 사장이 유일하다. 삼성생명 출신인 이 사장은 2001년 신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후 임원으로 승진했고, 2016년부터 사장으로 올라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은행 출신 인사들이 생명보험사 CEO자리를 장악하면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같은 금융권에 속하지만, 리스크 및 이자율 관리에 전문성을 요구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전문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2021년 도입 예정인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을 앞두고 생명보험사들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꾸만 은행권 인사들이 신임 CEO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보험인들 사이에서 상실감이 높다는 입을 모으고 있다. IFRS17은 오는 2021년부터 보험업계에 적용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시작으로 인구구조가 바뀌고 있는 중대차한 시점에 자꾸 지주사나 은행에서 신임 CEO를 내려보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보험 특유의 전문성 부족은 차지하더라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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