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장·휴대폰 등 그룹 내 수요 늘면서 종합반도체 집중...매그나칩반도체 인수 유력

LG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가 최근 직접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업체 인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반도체 사업 재진출 가능성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실리콘웍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모든 것을 다 버리기도 했다."

지난 1999년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회한이 섞인 말과 함께 반도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진행된 빅딜 과정에서 미래먹거리로 삼았던 반도체 계열사 LG마이크론(현 SK하이닉스)를 포기한 것이다. 상실감이 워낙 커서였을까. 이 결정 이후 LG그룹은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까지도 반도체 사업과 거리를 둬 왔다. 

이런 LG그룹이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제조업체)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여년의 세월동안 머뭇거렸던 LG그룹이 다시 반도체 사업을 재개할 것이란 신호로 읽히고 있어서다. 

반도체 사업을 포기했던 LG그룹이 다시 사업재개에 나선 것은 그룹 내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LG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를 주축으로 파운드리 업체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파운드리 업체를 인수할 경우 20년, 정확하게는 19년 만에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룹 내 수요 폭주에 반도체 직접 생산 고려

3일 업계에서 따르면 LG그룹은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인 실리콘웍스를 통해 국내외 파운드리 업체 인수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존 업체 인수는 물론, 신규 설비 투자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LG그룹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 인수에 나선 실리콘웍스는 LG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반도체 기업이다. 이 업체는 TV 등 LG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해 SK하이닉스 시스템IC, 매그나칩반도체 등 파운드리 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해왔다.

이에 따라 실리콘웍스가 생산시설을 갖추게 되면 LG그룹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종합반도체기업으로 변신한다. LG그룹은 99년 빅딜 과정에서 LG마이크론을 내준 뒤 반도체 사업과 거리를 둬 왔다. 

LG그룹이 실리콘웍스를 통해 반도체 직접 생산에 나서는 이유는 그룹 내 반도체 수요 물량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와 LG화학을 통해 진행 중인 자동차 전장 사업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에서 개발 중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도 고품질의 반도체가 필요해졌다. 

게다가 TV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 공급이 품귀현상을 맞은 것도 반도체 직접 생산에 나선 주요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TV용 전력반도체를 생산해왔던 인피니온과 미쓰비시 등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전력반도체 생산에 집중했는데, 그 결과 TV용 전력반도체 생산량이 줄면서 제품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재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볼때, 실리콘웍스가 자체 생산설비 확보는 더욱 설득력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웍스가 자체 공장을 갖게 될 경우,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은 안정적인 시스템반도체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자업체 한 관계자는 "LG전자 및 LG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를 만들 것으로 보이지만, 점차 자동차용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LG그룹은 2014년 실리콘웍스 인수 이후, 그룹 내 반도체 역량을 집중시켜왔다. 그래픽=서종열 기자

실리콘웍스에 힘 실어주는 LG, 기존 업체 인수로 시너지낼까

LG그룹의 움직임도 실리콘웍스의 반도체 직접 생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LG그룹이 그동안 실리콘웍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사업을 집중시키고 있어서다.

실리콘웍스는 지난 2014년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에 인수됐다. 이후 LG그룹 계열사로 반도체 소자 시험검사업체였던 루셈이 집적회로 사업을 2015년 실리콘웍스에 넘겼으며, LG전자 역시 디스플레이 칩 설계 관련 자산과 인력을 실리콘웍스로 이전시켰다. 지난해에는 LG전자가 설계한 주요 반도체를 판매·양산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며 실리콘웍스의 덩치를 키웠다. 

전자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실리콘웍스가 기존 파운드리 업체를 직접 인수하거나 신규 설비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생산이 급한 상황에서 새로 설비투자에 나설 경우 최소 2년 이상의 공사기간이 소요된다는 점 때문에 기존 업체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국내 파운드리업체인 SK하이닉스 시스템IC와 매그나칩반도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매그나칩반도체를 실리콘웍스의 유력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2004년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인 애비뉴캐피탈이 2009년부터 매각대상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그나칩반도체는 LG디스플레이에 OLED 구동칩을 공급하다. 

전자업체 한 관계자는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그동안 LG전자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 왔다"면서 "LG그룹이 주목하는 시스템반도체는 삼성그룹의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투자규모가 작고, 아날로그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LG그룹의 반도체 전략은 시기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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