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주 수익모델…규제 확대시 매출 감소 불가피
공정위, 확률형 아이템 거짓·과장·기만 적발…역대 최고 수준 과징금 부과

서울 금천구 넷마블게임즈 사옥(왼쪽)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넥슨 사옥.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의 모순에 빠졌다. 확률형 아이템이 매출 증대에 유리하지만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기 때문.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 방안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업체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매출 대비 차지하는 비율이 정확히 공개된 적은 없다. 다만 일부 게임사의 경우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규제 방안은 이미 2015년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 주도로 시행되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용자들 역시 자율규제를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매출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과 게임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의 주요 내용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확대와 독립적인 자율기구 발족,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전개, 청소년 보호 체계 정비 등이다.

이에 따라 이번 달부터 협회 임원사를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적용 대상을 플랫폼이나 등급 구분 없이 모든 게임물로 확대한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공개 방법을 유료 아이템 각각의 개별 확률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일원화 되며,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자율규제 강령’이 개정해 이를 업계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율규제 확대 움직임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국내 대표적인 게임사인 넷마블과 넥슨, 넥스트플로어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억원이 넘는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 받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30일 넷마블게임즈와 넥슨코리아, 넥스트플로어 등 3개 게임 사업자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획득 확률 및 획득 기간과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는 등 거짓‧과장 및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550만원의 과태료와 9억8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 달성을 기록한 넷마블과 넥슨이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획득 확률과 획득 기간,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표시한 것이 드러나면서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넥슨은 2016년 1인칭 슈팅게임인 ‘서든어택’ 내에서 개당 900원인 ‘연예인 카운트’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카운트를 구매할 때마다 일정 수의 퍼즐 조각을 지급하고 총 16개의 조각 퍼즐을 완성하면 해당 연예인 캐릭터와 부가기능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넥슨은 ‘퍼즐조각을 랜덤으로 지급한다’는 설명에도 일부 퍼즐 조각의 경우 획득 확률을 0.5~0.15%로 매우 낮게 설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퍼즐은 단 1조각만 획득하지 못해도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되지만, 소비자들은 ‘퍼즐 조각 랜덤 지급’이라는 광고를 보고 각 퍼즐 조각의 획득 확률이 같거나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구입할 우려가 크다”며 “이는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용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허위‧기민적으로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넷마블은 2016년 ‘마구마구’와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게임에서 희귀 아이템 획득 확률을 실제보다 높은 것처럼 과장하거나 이벤트 기간에만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허위로 표시했다. 특히 ‘한정’이라는 희소성을 강조하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반복해 사실상 상시적으로 한정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음에도 거짓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넥스트플로어도 ‘데스티니 차일드’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는 캐릭터 획득 확률을 실제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 같은 위반 사실에 대해 3개 사업자 모두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넥슨과 넷마블에 대해서는 공표명령도 부과했다. 또한 넥슨에 대해서는 과태료 550만원과 과징금 9억3900만원을 넷마블은 과태료 500만원과 과징금 45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넥스트플로어에 대해서는 “현장조사 전 이미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확률을 수정해 공지함과 동시에 소비자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완료했다”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사행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표시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특히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부과해 업계 전반에 주의를 촉구하고 그동안의 광고 관행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제 방안을 준수할지 여부는 여전히 업체의 자율에 맡겨져 있고, 협회는 이에 대해 매달 모니터링 결과만 발표할 뿐 위반 시 제재수단을 따로 갖추고 있지 않다”며, “이번 자율규제 확대 움직임도 단지 보여주기 식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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