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인수 후 8400억원대 투입 6년째 적자...2대주주 대만 푸본생명도 '경영권 인수' 거절

현대라이프가 추진 중인 3000억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1대주주인 현대모비스가 불참을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현대라이프를 포기할까.

현대차그룹이 6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애물단지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영권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라이프 지분 30%를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그룹 순환출자 해소를 이유로 현대라이프가 추진하는 3000억원대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대주주인 대만의 푸본생명이 실권주를 인수하거나 보유 지분만큼만 유상증자에 참여해도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년째 적자' 현대라이프 유상증자 불참하는 모비스 

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라이프생명의 3000억원대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그룹의 순환출자 해소와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게 모비스 측의 설명이다. 현대라이프는 지분구조는 현대모비스 30%, 현대커머셜 20%, 대만 푸본생명보험 48%로 구성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모비스가 경영권 상실 위기에도 현대라이프의 유상증자에 불참하는 배경으로 계속된 적자를 지목하고 있다. 2012년 인수 이후 현재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2012년 3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후, 2013년 315억원, 2014년 869억원, 2015년 485억원, 2016년 197억원, 2017년 616억원 등 6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적자 규모만 2800억원대에 달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현대차그룹은 42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또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권에도 42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총 1조원대의 자금을 현대라이프에 쏟아 부었지만, 현대라이프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보험업계는 2021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된다. 이 제도에 따라 지급여력비율(RBC)를 맞추려면 현재보다 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춰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현대라이프에 필요한 자금은 최소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력을 강화하지 않은 한 현대라이프의 재무구조는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상황에서 모비스가 유상증자에 불참한 것은 현대라이프의 지배구조를 뒤흔들수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대만 푸본생명도 경영권 인수 거절, 결국 현상유지 

현대모비스의 유상증자 불참결정 이후 금융권은 현대라이프의 2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에 집중됐다. 푸본생명이 모비스가 포기한 실권주를 인수할 경우 즉시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본생명도 모비스의 실권주 인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비스의 실권주를 인수할 경우 곧바로 현대라이프의 대주주가 되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 '1조원+a'가 필요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의 경영권 인수를 거절한 것은 대만 역시 IFRS17을 전면 도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푸본생명에서 선임한 3명의 임원이 이미 현대라이프 내에서 요직을 맡으면서 회사 사정에 정통해 있어 현대라이프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금융권은 분석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라이프 요직에 이미 파견이사를 3명이나 보내놓은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의 부실상황을 모를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푸본생명마저 현대모비스의 실권주 인수를 거절하면서 현대라이프의 3000억원대 유상증자는 키는 결국 3대주주인 현대커머셜로 넘어왔다. 이에 현대커머셜은 모비스 배정분인 869억7000만원을 포함해 총 1500억원을 참여할 계획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푸본생명은 49%, 현대커머셜 33.20%, 현대모비스 18.07%로 주주구성이 바뀌게 된다. 푸본생명과 현대차그룹의 지분구조가 변하지 않는 만큼, 경영권도 현대차그룹이 그대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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