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보유 모비스 지분 인수에 최소 6조원 필요...보유 현금과 계열사 지분 매각, 외부자금 조달 나설 수도

현대차그룹이 지난 28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개한 뒤 재계에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이 3세 경영을 위한 승계구도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최소 6조원대!

현대차그룹이 지난 28일 밝힌 지배구조 개편안에 소요되는 비용이 최소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오너 일가가 사들여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세금을 포함해 최소 6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의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그리고 오너 일가의 계열사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이다. 이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오너 일가의 계열사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이다.

계열사들은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보유 하고 있는 이 지분을 오너 일가가 매입할 경우 세금을 포함해 최소 6조원대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계관계자들은 일단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넘기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주식스왑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의 가치는 6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실제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가치는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2조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이유로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외 다른 계열사 지분들이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2.3%), 기아차(1.7%), 현대엔지니어링(1.7%). 현대위아(1.9%), 이노션(2.0%), 현대오토에버(19.5%), 서림개발(100%)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지분을 활용해 부족분을 메울 것이란 관측이다. 

정 부회장은 여기에 2015년 당시 현대글로비스 및 이노션 지분을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해 1조22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쥔 바 있다. 이중 8000억원을 현대차 지분 2.3%를 매입하는데 사용했지만, 아직 최소 4200억원의 현금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몽구 회장 등 오너 일가는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최대 5조5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4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약 1조5000억원대의 세금이 발생한다.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해도 5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정몽구-정의선 등 오너 일가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중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분을 제외하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총 3조4000억원대로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3조원 가까운 금액이 부족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서는 정몽구 회장 일가가 외부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2016년 현대카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미국계 사모펀드 어피니티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될 당시부터 어피니티의 자금 지원설이 등장했다"면서 "어피니티 입장에서도 큰 리스크가 없어 거절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금조달 외에도 변수는 또 있다. 바로 주가다. 개편안에 나온 것처럼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오르고,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내리게 될 경우 정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할 실탄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와 계열사간의 주식양수도가 이뤄지는 8월 이후까지의 주가 흐름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애초 예상과 다르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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