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워크 수리 중 몸에 끼여…경찰 “해당 업체·이마트 관리 감독 여부 수사할 것”

28일 오후 11시경 기자가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 이마트 도농점(현 다산점)과 연결돼 있는 무빙워크는 각종 안내판과 카트로 막혀져 있었다.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미국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초대형 온라인 물류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말한 바로 그 시각,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이마트에서는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20대 청년이 작업 중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28일 남양주시 이마트 도농점(현 다산점)에서 협력업체 직원 이모(21)씨가 무빙워크 고장 수리 중 기계에 몸이 끼여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숨진 이씨는 고등학교 시절 엘리베이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난해 졸업 후 이 업체에서 근무해왔다.

이날 작업에는 업체 직원 4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2인 1조로 점포 내 무빙워크 한 대씩을 담당했으며, 각각 무빙워크 위쪽과 아래쪽으로 나눠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숨진 이씨는 무빙워크 아래쪽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당시 사고가 난 이마트 도농점 지하1층. 작업 도구들이 널려져 있다. 사진=조성호 기자

경찰에 따르면 이날 작업은 당시 무빙워크의 팔레트(발판)와 손잡이 역할을 하는 핸드레일의 움직임이 달라 팔레트의 움직임에 핸드레일 속도를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핸드레일 작동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는 팔레트를 제거해야 했으며, 속도를 맞추기 위해 핸드레일을 꽉 잡고 있던 이씨는 기계가 작동하면서 중심을 잃고 이 틈으로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재난종합상황실 관계자는 “16시27분 처음 119신고가 들어왔으며 4분 뒤인 16시31분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다”며 “당시 구조를 위해 무빙워크를 제거하는 데에만 30분이 소요됐으며 이어 무빙워크 아래쪽에서 발견된 이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상황을 전했다.

28일 오후 11시경 기자가 찾은 이마트 도농점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하지만 매장과 연결된 모든 출입구는 봉쇄된 상태였다. 특히 사고가 난 무빙워크는 매장 카트와 여러 안내 표지판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현장에서 통화한 이마트 도농점 보안팀 관계자는 “사고와 관련된 사안은 할 말이 없으니 본사 홍보팀과 통화하라”며 취재 중이라는 기자에게 “현재 매장 내에는 점장을 비롯해 도농점 관계자들 모두 퇴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장 내 불은 자정이 다 되는 시간까지도 켜져 있었다.

사고 발생 이후 소방 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숨진 이씨의 빈소는 29일 오전 6시가 돼서야 마련됐다. 유족 측은 빈소가 마련되기 전까지 장례식장 한편에 마련된 휴식공간에서 하루를 꼬박 세웠다. 하지만 이마트 관계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전 2시경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씨의 아버지는 “점포 휴일에 매장 내 시설 점검과 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담당자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마트 측은 이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엘리베이터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아들이 어떻게 무빙워크 작업에 투입될 수 있느냐”며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그냥 일하지 말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라고 말했는데도 괜찮다며 일을 나가던 착한 아들이었다”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숨진 이씨는 2남1녀 중 장남이었다.

장례식장 주변에서는 이마트 도농점에 근무하는 사원들이 교대로 돌아가며 서성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사원은 “본사에서 지시가 내려왔는지는 모른다”라며 도농점에서 지시한 것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거리만 했다.

경기도 도농동에 위치한 이마트 도농점. 올해 초 다산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사진=조성호 기자

한편 남양주경찰서 조민호 팀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무빙워크 위쪽과 아래쪽에서 한 명씩 작업을 하게 되다보니 위급한 상황에서 제때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마트 측 관계자가 당시 현장에 있었는지는 아직 조사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근로자들의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비롯해 해당 업체와 이마트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이마트 도농점 점장과 기술팀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들이 당시 작업자들과 함께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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