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 규제법 일몰 연장 논의, 신임 대표이사 선임 논란까지 불거져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KT 본사.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차지하는 국내 디지털방송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하는 등 유료방송시장에서 사실상 독주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같은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방송규제 법안에다 급기야 신임 대표이사 선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어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7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유료방송시장 전체 가입자 2996만명 가운데 디지털방송 가입자는 무려 79.4%(2380만명)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8.4% 증가한 수치다. 반면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는 40.1% 감소하며 280만명(9.4%)으로 대폭 줄었다.

디지털방송 시장 점유율은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38.2%, SK브로드밴드 16.6%, LG유플러스 12.8%로 조사돼 KT 계열이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방송과 아날로그 방송, 8VSB를 포함한 전체 시장 점유율 역시 30.3%로 SK브로드밴드(13.1%)와 LG유플러스(10.1%)를 멀찌감치 밀어냈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이 같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웃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옥죄던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오는 6월 일몰될 예정이지만, 이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산규제법 일몰 연장되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란 방송법 제8조 등에 따라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는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길 수 없다는 규정으로 지난 2015년 6월 마련됐다. 3년의 시행 끝에 오는 6월 일몰될 예정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기자협회 조찬 강연에서 합산 규제법 일몰이 연장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합산규제 일몰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라면서 “최근 논의되는 흐름으로는 1~2년 정도 일몰을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모두 전환되는 추세에서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국내 디지털 시장 점유율이 합산규제 상한선(33%)을 크게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합산 규제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최종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회장 권한대행은 “합산규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면 위성방송만 가입자 수 규제가 없는 입법 미비 상태가 된다”면서 “이에 따라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100% 가입자 확보가 가능하게 돼 합산 규제법 일몰 시 유료방송시장 전체 사업자 대상이 아닌 KT만을 위한 특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합산규제 일몰 연장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에 적시된 일몰 관련 부칙을 삭제하거나, 일몰 기한을 수정해야 한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장 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ICT법안심사소위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3년 전과 마찬가지로 KT 계열은 당초 계획대로 규제 일몰을, 케이블TV는 일몰 연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KT 진영과 케이블TV 간 찬반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M&A를 통해 케이블TV 1위 사업자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KT와의 점유율 격차는 있다”라며 “유료방송 시장에서 KT 계열의 독점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더라도 당분간 합산규제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표이사 선임 논란 잡음도

합산 규제법과 더불어 KT스카이라이프는 사장 선임과 관련해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국 전 KBS 방송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은 정부나 공기업 고위직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업무와 관련해 밀접한 연관이 있는 회사에 취직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김영국 KT스카이라이프 사장후보 내정자(전 KBS 방송본부장)

김 신임 내정자는 지난 2002년부터 KBS 교양국 부주간과 KBS 강릉방송국 국장을 지냈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스카이라이프에 파견돼 정책협력실장, 콘텐츠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KBS 콘텐츠정책국장, 교양국장을 거쳐 2012년 KBS N 대표이사, 2014년 KBS 글로벌센터장을 맡은 뒤 현재 KBS 방송본부장을 역임했다.

KBS 임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업에 취업할 경우 30일 전 취업 제한 요건 심사를 받아야 하는 취업심사대상자다. KT스카이라이프는 KBS와 재전송 계약 등 사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당사자 관계이기 때문에 취업 제한 기업에 속한다.

KT스카이라이프 측은 자격요건에 따라 후보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내정자를 조건부로 사내 이사로 선임했다. 김 내정자는 다음달 27일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만 신임 대표로 정식 선임된다.

이사회는 조건부 결의된 김 신임 내정자가 최종 확정 될 때까지는 강국현 현 KT스카이라이프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을 수행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김 내정자에 대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KBS 글로벌센터장 재직 시절 KT스카이라이프와의 재송신 협상 과정을 총괄했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는 또 KBS 방송본부장 신분을 유지한 채 스카이라이프 사장 공모에 지원해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는 KBS 재전송 등 사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당사자 관계”라며 “(지원 당시) 김영국 KBS 방송본부장은 임원으로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취업 제한 요건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 역시 김 내정자 선임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는 모습니다. 최정욱 지부장은 “회사는 문제없다는 말만 하고 있어 스카이라이프 구성원은 분노하고 있다”며 “사장 후보 지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투쟁을 진행해 김영국 사장 선임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