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감사보고서 제출 시점 맞춰 전환사채 주식 전환 후 매도... 시세차익만 20억 달할 듯

차바이오텍이 지난 22일 감사의견 '거절'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가운데 오너 일가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보유 중이던 주식 전량을 감사보고서 제출 전에 매각해 '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금융감독원이 차바이오텍 오너 일가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섰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차바이오텍의 관리종목 지정 전에 보유 중이던 주식을 전량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남호 부사장은 김준기 DB그룹(구 동부그룹) 전 회장의 장남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차바이오텍이 오너 일가인 차광열 회장 및 사위인 김남호 부사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4년 연속 영업적자로 인해 차바이오텍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직전 오너 일가인 김남호 부사장이 보유 중이던 차바이오텍 주식 8만2385주를 장내에서 모두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오너 일가의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차바이오텍은 오너 일가의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 부사장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매도한 시점과 감사에 돌입한 시점이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감사보고서 제출시기와 맞물려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이던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고 있다. 

관리종목 지정 전 전량매도 차익만 20억원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지난 2016년 4월 오너 일가인 차광열 회장을 비롯해 KH그린 차원태 상무(차광열 회장의 장남), 원영(딸), 원희(딸), 김혜숙씨(부인), 사위 김남호 부사장을 대상으로 총240억원대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전환사채의 전환청구 기간은 2017년 4월~2021년 4월까지였다. 

문제가 된 김남호 부사장의 차바이오텍 주식은 바로 이때 받은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청구해 받은 것이다. 당시 김남호 부사장은 이 전환사채에 총 1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차바이오텍 주식 8만2385주를 보유하게 됐고, 이를 지난달 5일부터 이달 8일 사이에 전량 매각한 것이다.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 사진=민주신문DB

금융권에서는 김 부사장이 이번 매각을 통해 19억원대 이상의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환사채를 1주당 1만2137원에 보통주로 전환한 뒤 다시 1주당 평균 3만4923원에 매도했기 때문이다. 총 매도금액만 29억원대로 전환사채 인수에 들어간 10억원을 빼도 대략 19억원의 차익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김 부사장이 전환사채 청구로 확보한 주식을 매도한 '시기'다. 김 부사장이 지분 전량을 매도한 뒤 곧바로 차바이오텍이 4년 연속 영업손실에 따른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차바이오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김 부사장의 주식 매도 시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사위인 김 부사장이 미공개 정보인 감사보고서를 내용을 먼저 알고 주식을 매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바이오기업들의 회계처리와 관련해 감리를 예고했던 만큼 연구개발비(R&D비용)을 보수적으로 회계처리 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차바이오텍이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런 이유로 김 부사장을 비롯해 차바이오텍 오너 일가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섰다. 

그러나 차병원그룹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차병원그룹 측은 "22일 감사보고서를 받고 이후에 R&D비용처리에 관련해 회계법인과 이견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김 부사장의 주식매도는 이전에 이뤄졌다"면서 "김 부사장을 제외한 차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도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차병원그룹 지주회사로 최순실과 인연 눈길

논란이 된 차바이오텍은 차병원그룹의 주력 회사다.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제대혈 보관사업이 주업무로 CMG제약, 차헬스케어 등과 같은 차병원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아래에 두고 있다. 차광렬 회장 일가가 차바이오텍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만큼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쥐고 있다. 5.89%를 보유한 차광렬 회장을 비롯해 KH그린(4.94%), 성광학원(4.31%), 아들인 차원태 상무(4.04%), 장녀 차원영(2.23%), 차녀 차원희(1.74%), 부인 김혜숙(0.88%) 등 오너일가가 쥐고 있는 지분만 24.03%에 달한다.

차병원그룹 계열사 중에서 눈에 띄는 곳은 차바이오텍의 지분을 쥐고 있는 KH그린이다. KH그린의 최대주주는 차광열 회장 일가로 보유지분만 99%에 달하는 사실상의 개인회사다. 

KH그린은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최순실의 강남 아지트로 불리던 청담동 피엔폴루스 빌딩에 차움의원 등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KH그린은 JR투자운용과 함께 피엔폴루스 2층과 3층을 소유했으며, 4~6층의 일부공간도 보유했다. 피엔폴루스 2~3층에는 차병원그룹이 운영하는 차움병원이 운영 중이다. 4~6층의 일부 공간 역시 차움의 공간으로 활용됐다. 이밖에도 KH그린은 서울 충무로와 인현동 2가, 청담동에 장부가액 520억 규모의 토지 및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차병원그룹 지배구조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재계에서는 차광열 회장의 장남인 차원태 상무가 KH그린의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그룹경영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데다 KH그린을 통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차바이오텍을 실질적으로 경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발행했던 전환사채 역시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차바이오텍은 지난 25일 보유 중인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임원 급여를 30% 삭각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은 상태다. 차바이오텍은 "관리종목 지정은 회사의 운영이나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회계처리상의 문제일 뿐"이라며 "R&D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관리종목 해제를 위한 수익성 향상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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