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더딘 심사 일정에 DGB금융 일정 연기...BNK투자증권 인수설 '솔솔'

서울 여의도 하이투자증권 사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 매각과 관련 속앓이를 하고 있다. DGB금융지주로의 매각을 진행했지만, 금융당국이 자회사 편입승인 일정을 미루면서 매각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어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29일 예정됐던 하이투자증권 정기 주총에서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정관 변경 및 이사회 교체를 준비했지만, 일정은 연기했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잔금 납입 일정 역시 뒤로 늦쳐졌다.

업계에서는 DGB금융지주의 박인규 회장의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금융당국이 일정을 연기시킨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박 회장의 수사가 종결되야지만 금융당국이 자회사 편입 심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을 DGB금융지주가 아닌 BNK금융그룹에 매각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광식 BNK투자증권 대표가 하이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이란 점에서 하이투자증권의 BNK로의 매각설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 박인규 회장의 검찰 조사 결과 보고 판단할 듯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자 자구계획안에 하이투자증권 매각안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수자들이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 매각에 실패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더 낮은 가격으로 하이투자증권 매각에 나섰다. 그러자 DGB금융지주와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IMM이 지난해 8월 가격부담을 이유로 인수전에서 빠지면서 단독후보로 남은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의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DGB금융지주는 이후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1월 DGB금융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최종 승인했으며, 한달뒤인 지난해 12월에는 금융감독원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 인가 신청을 냈다.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과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을 총 4500억원대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서류 보완'을 이유로 자회사 편입 승인 결정을 미루면서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현재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금감원의 자회사 승인 결정 연기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찰은 박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한차례 기각된 후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이 박인규 회장의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수사 발표 전까지는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DGB금융지주(왼쪽)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대한 자회사 승인 결정 보류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이 BNK금융그룹(오른쪽)에 매각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각 사 취합

대구 대신 부산으로, BNK금융그룹 인수설 급부상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 결정 보류에 DGB금융지주와 하이투자증권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당초 DGB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이 빠르게 자회사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낙관했다. 금융지주사 M&A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가장 엄격하게 살피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치기 않는 만큼 일정대로 자회사 승인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서류 보완을 이유로 승인 결정을 미루면서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됐다. 

DGB금융지주보다 더 난감한 곳은 매각대상인 하이투자증권과 자회사들이다. 대주주 변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어서다. 게다가 DGB금융지주로의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고 사명 개편 및 시너지 전략을 짜던 내부 전략도 전부 무용지물이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월부터 DGB금융지주와 공동으로 TF를 꾸려 PMI(인수 후 통합) 전략을 검토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하이투자증권을 BNK금융그룹이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금융권에 퍼지고 있다. 실제 지난 15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조광식 BNK투자증권 대표의 기자간담회에 하이투자증권 직원이 참석하면서 루머에 불을 지폈다. 조광식 BNK투자증권 대표가 하이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출신이란 BNK 인수설의 근거가 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하이투자증권의 BNK인수설에도 성사 가능성에 높다고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영업기반이 부산·울산·경남, 그리고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BNK그룹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경우 지역 내 경쟁자를 제압하는 동시에 서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경우 대구경북 지역에 새로운 영업망 구축부터 나서야 한다. 

게다가 BNK금융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과 운용부문 강화에 나선 것도 하이투자증권 인수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최근 자기자본을 2100억원에서 4200억원으로 2배 늘리는 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BNK 인수설에 하이투자증권 직원들의 불안감을 높아지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우리(하이투자증권)와 BNK는 사실상 영업기반이 겹치는 곳이 많다"면서 "BNK로 인수될 경우 과거 KB증권에 인수된 현대증권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여 직원들의 불안감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BNK금융그룹은 이와 관련 "사실무근"이라고 하이투자증권 인수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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