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미래포럼 강연장에서 밝혀…“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구분은 모순”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가 23일 세계미래포럼이 주최한 '미래경영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정부가 조속히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수단을 마련해 안정적인 서비스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올해 초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 발언이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위축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석우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계미래포럼이 주최한 미래경영콘서트에 참석해 ‘암호화폐의 본질과 성장 기회’를 주제로 강연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는 분명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부가 규제 수단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안전한 시스템을 갖추는 거래소에서 이용자들이 거래를 해야 이들에 대한 보호가 가능하다”며 “정부나 다른 기관에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안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조속히 기반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정부의 규제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 거래를 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대거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고 있는 현상을 의식한 것이다. 특히 해외 거래소의 경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 부족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박상기 법무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인해 소위 큰 손들은 다 떠난 상황으로 현재 거래소 활동 자체가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라며 “이들이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투자자 보호는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는 과세 자료 확보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의 경우 국내 거래소와는 달리 실명 검증 시스템이 없어 자금세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외에서 모든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가 과세할 수 있는 방안도 사라지게 된다.

이 대표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에도 취약한 곳이 많지만 해외 거래소 역시 굉장히 많다”라며 “이들 해외 거래소가 갑자기 문을 닫아버리거나 해킹 당하게 되면 국내 이용자들은 보상 받을 길이 전혀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분들이 해외시장을 이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났다.

실제 정부의 거래소 실명제 도입 이후 거래량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의 경우 실명제 이전에는 하루 최대 10조원의 규모의 거래량을 보였지만 실명제 도입 이후 500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경쟁 업체인 빗썸과 코인원 등도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홍콩의 바이낸스 거래소의 거래량은 상대적으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용자들이 바이낸스로 대부분 옮겨간 것이다.

업비트의 경우 출시 두 달만에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1위를 차지하는 등 무섭게 성장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쟁업체는 물론 글로벌 업체들마저 제친 것. 하지만 정부의 본격적인 거래소 규제가 시작되자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현재는 전세계 거래소 순위 5위로 밀려났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 사진=조성호 기자

이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글로벌한 거래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블록체인 판에서 ‘정보의 집합소’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의 변화를 서울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메리트이자 경쟁력이지만 현재 서서히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인터넷 업계에 20년간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90년대 말과 상당히 비슷하다. 당시 김대중 정권 하에 벤처지원법이 통과되면서 창업 붐이 일기 시작할 때 정부에서 투자 사기를 주의하라는 안내문을 보낸 바 있다”며 “이를 암호화폐 시장과 대입하면 형태가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결국 그 같은 상황 속에서 현재 국내 인터넷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네이버나 다음, 엔씨소프트 등이 출현한 것을 보면 무조건적인 규제는 정답이 아니다”라며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기술 영역으로 정부가 엄중한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고 한다면 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또 세계적인 IT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암호화폐에 대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들은 블록체인 서비스를 미래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도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기존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지 암호화폐가 문제가 있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되 암호화폐를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적당한 보상가치가 없으면 블록체인 기술은 무용지물”이라며 “이는 실제 블록을 만드는 인증에 대한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은 모순”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한편 세계미래포럼은 각 분야에서 최신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강사를 초빙해 미래관련 현안 분석과 지식 전파에 앞장서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매달 미래경영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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