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사장·김정태 회장 연임 좌우...전세계 1900여개사 자문하는 의결권 업체

글로벌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ISS. 하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어 뒷말을 낳고 있다. 사진=ISS 누리집 갈무리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ISS(Institutional Shareholders Services)를 아시나요?

주총 시즌을 맞아 글로벌 의결권 자문업체인 I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입장에 따라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안건마다 ISS의 권고가 뒷힘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지난 16일 진행된 KT&G 주총이 대표적이다.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놓고 2대주주인 IBK기업은행(6.93%)이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백 사장의 연임은 성공했다. KT&G의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53.18%)을 차지하는 외국계주주들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연임 찬성' 권고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ISS는 이밖에도 하나금융그룹의 김정태 회장 3연임과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 CEO 배제안건 및 노조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ISS의 권고사항이 국내 주주들은 물론, 외국계 투자업체들 사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ISS가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리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ISS의 판단이 자사주 매입이나 고배당, 자산 매각 등 단기 업적에 너무 치중해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85년 최초 설립, 의결권 자문시장 개척한 절대권력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1985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서 출발했다. '젠스타 캐피탈(Genstar Capital)'이란 사모펀드를 모회사로 두고 있으며, 뉴욕과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전세계 13개국에 18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만큼 ISS의 주된 업무는 기관 투자자를 대산해 주주총회의 의안을 분석하고, 이에 대해 찬반 입장과 이유를 제공한다. 비용은 한건당 15만원 정도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현재 ISS의 회원사는 연기금과 자산관리 업체들을 포함해 19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의결권 자문 시장'을 개척한 만큼 6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후발업체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게 느껴진다. 의결권 자문사 2위인 미국의 글래스루이스(GlassLewis&Co.)의 점유율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ISS가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이 크다. 2003년 SEC가 펀드와 연금 등 모든 기관 투자자의 주총 투표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총 참여 과정에서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와 이에 대한 근거를 공개하도록 규정하면서 수백개의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계 펀드와 연기금, 보험사 등이 추가적으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주총 준비를 하기보다 ISS에 자문료를 내고 서비스를 받는 것을 택했다. 

그렇다면 ISS는 어떤 과정을 거쳐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의사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까.

ISS 홈페이지에 따르면 ISS는 1100여명의 직원들이 매년 115개국에서 4만2000여건의 주총 관련 자료를 수집해 안건을 연구한 뒤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하고 있다. ISS는 "관련 법률과 M&A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축적한 데이타를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판단근거 및 데이터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영업비밀이란 게 ISS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SS의 판단 근거가 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많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판단결과만 갖고 분석하면 중장기 관점의 투자결정보다는 단기이익에 집중한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비공개, 시장 왜곡 가능성도  

ISS의 의결권 권고는 외국계와 기관투자자들에게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사안에 따라 무시되기도 한다. ISS가 권고했다고 해서 외국계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들이 모두 ISS의 권고를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2016년 3월 SK 주총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됐다. 최 회장은 2014년 횡령 등의 혐의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던 상황. ISS는 이때문에 '오너리스크'를 이유로 최 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주총 결과 최 회장과 우호지분이 과반을 넘으면서 안건대로 통과됐다. 

2015년 CJ 주총 역시 비슷했다. 손경식 회장 등 3명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ISS는 "유죄 판결을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자 복귀를 막지 못한 만큼 사내이사로서의 감시·견제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반대를 권고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같은 해 진행됐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에서도 ISS는 '비율'을 이유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른 국내 기관들이 합병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ISS의 권고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밝혔다. ISS의 권고를 반대하려면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 대부분이 ISS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ISS가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독립적인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ISS가 사모펀드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언제든지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특정 헤지펀드와 결탁될 경우를 우려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내 업체를 육성시키자는 대책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의결권 자문업을 주 업무를 삼고 있는 곳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4곳 정도로 ISS를 대체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증권사 한 임원은 "ISS는 2003년 SEC의 주총 참여 및 의사결정 공개 규정이 마련되면서 급성장했다"면서 "이처럼 국내 금융투자시장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다양한 금융투자정책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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