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집도의 두 차례 성추행에 간호사 퇴사…뒤늦게 보직 해임 솜방망이 처분
가해 의사 “기억 없다” 여전히 부인…병원 측 인지 1년 만에 때늦은 진상 조사 착수

사진=다음지도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운동이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 1위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서울병원에서도 간호사가 수술 집도 의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가해자인 집도 의사 A교수는 성추행을 기억 못한다면서도 뒤늦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삼성병원은 피해 간호사의 의사를 확인한 뒤 징계를 할 예정이지만,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병원 측은 지난해 발생한 인턴 성폭행 사안을 인지시점으로부터 7개월 뒤 조치를 내려 도마에 오른 바 있기 때문.

현재 의료계는 미투운동에 힘입어 국내 굴지병원인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에서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 일파만파 파문이 번지는 상황이다.

23일 의료계와 인터넷독립 언론매체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에서도 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이 같은 의혹은 2년 전 서울삼성병원에 근무하다 성추행을 피해를 당한 간호사 B씨가 미투운동에 힘입어 털어놓으면서 세간에 드러났다.

B씨가 세간에 알린 것은 2016년 5월 4일 삼성서울병원 외과수술 보조역으로 수술방에 들어갔고, 이날 밤 수술방 동료들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 동석했던 췌담도암센터장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A씨가 이날 구토를 해야겠다며 B씨에게 등을 두드려 달라고 부탁해 화장실로 불러갔는데, 그 장소에서 A씨로부터 강제 키스와 신체접촉을 당했다는 것이다. 회식 자리에는 A교수를 포함한 의사 2명과 간호사 3명, 제약회사 직원 1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당한 후 퇴사

A씨의 성추행은 회식을 마친 후에도 이어졌다. B씨가 회식 때 만취한 동료 간호사를 택시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는데 동승해 동료 간호사의 집까지 따라와 만취한 동료 간호사의 성추행을 막다 강제 키스와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한다.

B씨는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수면제에 의지하며 맡은 일을 수행했지만 직장 상사에게 당한 성추행 충격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심리적 공황에 빠졌다고 한다. 여기에 매일 마주하는 A씨를 볼 때마다 고통은 커져 2개월 뒤 삼성서울병원을 나왔다.

B씨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뒤 당시 직속 상사였던 최모 외과 과장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직속 상사는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묵살했다. 직속 상사는 명확한 내용을 듣지 못했다는 말로 성추행 사안을 뭉갰다고 해명했지만, B씨는 위 같은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인터넷독립 언론매체가 삼성서울병원 성추행 사건을 보도한 것을 보고 유튜버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유튜부 캡처

뒷북 진상 조사

삼성서울병원은 간호사 성추행 사안이 알려진 후 징계위원회에서 때 늦은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한 뒤 1년만이다. 병원 측은 성추행 인지 시점에 A씨에게 책임을 물어 췌담도암센터장 보직을 박탈하는 자체 징계를 내렸지만, 현재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제대로 된 성추행 사건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달리 보면 덮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현재 A씨는 “그런 기억이 없다”며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징계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성추행 진상 조사가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징계위원회를 구성한 위원 다수가 외부 인사로 구성됐다고 하지만, 대부분 의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의료계는 의료사고 발생을 대비해 대내외 의사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한다.

더욱이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발생한 인턴 성폭행 사안을 그해 7월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지난달 말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부랴부랴 징계 조치를 내려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무려 7개월 만의 신상필벌이었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해 3~4월 쯤 여자 인턴이 선배 전공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레지던트 중에서 급이 높은 치프였고, 회식 명목으로 불러내 술을 먹이고 이 같은 몹쓸 짓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 측은 성추행 진상 조사 후 피해자 처벌 의사를 확인한 뒤 징계를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A교수 성추행 사안은 뒤늦게 알았고, 징계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다”며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한 뒤 징계를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 직원의 회식 동참 여부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는다”며 “의사 2명, 간호사 3명이 참석했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당시 회식에 참석한 간호사 중 한명이 현재 재직 중인 것을 확인하는 요청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라 알 수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수술기록지를 보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의료법시행규칙 제14조 진료기록부 등 기재 시행 규정에 따르면 수술기록지에는 집도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 등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을 기록해 둬야 한다. 이는 추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중요한 자료이자, 그 사안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특정한 날짜와 수술 집도의사를 인지한 이상 당시 환자의 동의를 구한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삼성서울병원캡처

소통 병원 모토 퇴색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끊임없이 소통하는 병원이 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외를 대표하는 조직의 입은 달랐다. 병원 징계위원회를 운영하는 주무과의 확인 요청에 알려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답변은 병원장 입장과 사뭇 다른 행보로 보인다. 이는 소통이 아닌 통보다. 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병원으로 사회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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