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무려 47% 수익...목표수익 넘어선 실적 연임 가능성 높아 

국내 주요 공제회들이 지난해 기금운용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과학기술인공제회,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4월이 임기만료인데 모집공고가 없다?

투자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국내 주요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hief Investment Officer, CIO)의 행보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4월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시작으로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 CIO들의 임기가 올해 안에 잇달아 만료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주요 공제회 CIO들이 지난해 괄목할만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연임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과기공)를 비롯해 교직원공제회(이하 교공), 행정공제회(이하 행공), 노란우산공제회(이하 노공) 등은 지난해 목표수익률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 오는 과기공의 경우 4월 정두영 CIO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CIO 모집공고를 내지 않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주요 공제회 CIO들이 예정대로 임기만료 이후 물러날 것으로 관측도 있다. 주요 공제회 CIO 중 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CIO가 재임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연임은 없었다"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모 혹은 내부승진을 통해 새로운 CIO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막대한 규모의 운용자금을 통해 투자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주요 공제회의 CIO들. 뛰어난 실적으로 연임에 성공할지, 아니면 새로운 후임자에게 자리를 내눌지 한발 앞서 살펴봤다. 

공제회 중 4번째로 몸집불린 과기공, 정두영 CIO 연임하나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공제회 중 한곳인 과학기술인공제회가 가장 먼저 CIO의 연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공의 투자책임을 맡고 있는 정두영 CIO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정 CIO의 연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임기만료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과기공이 아직까지 CIO 모집공고를 내지 않고 있어서다.

과기공 측 관계자는 "과거에는 CIO의 임기가 만료되기 최소 2~3개월 전에 모집공고를 했는데, 이번에는 한달도 남지 않는 상황인데도 아직까지 공모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해 뛰어난 실적을 기록한 만큼 현 CIO를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과기공은 지난 2015년 1월 공개적으로 CIO 모집 공고를 냈었다. 당시 과기공의 공모에는 15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금융투자업계 임원 및 본부장들이 30여명 가까이 지원하며 북새통을 이뤘다. 이중 최종 후보자로 선발된 정두영 CIO는 5월 초에 공식 선임했다. 공모에서 선임까지 4개월이 걸린 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런 이유로 과기공이 정 CIO를 연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CIO 선임을 위한 공모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에도 아직까지 신임 CIO 선임 절차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실적 역시 정두영 CIO의 연임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다. 지난해 과기공은 운용수익률 6.28%를 달성했다. 운용자산만 5조2214억원에 달한다. 정두영 CIO가 선임된 후 3년 사이에 자산이 2조원 이상 늘었고,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 공제회 중 4번째 규모로 성장했다.

과기공 측은 이와 관련 "정두영 CIO의 인사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면서도 "정 CIO가 연임하면 과기공 CIO 중 첫번째 연임 사례가 된다"고 밝혔다. 

운용자산 25조 넘어선 교공, 전통대로 내부승진?

과기공과 함께 올해 안에 임기가 만료되는 CIO가 있는 곳은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다. 이중 교공은 강성석 CIO의 임기가 8월 만료된다. 

교공은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이 1조7879억원에 달하며 7.7%라는 괄목할만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목표로 삼았던 4.4%보다 거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에 따라 교공의 기금운용자산은 25조원을 넘어섰다. 

교공은 지난해 주식부문에서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 교공은 지난해 얻은 수익 1조7879억원 중 주식에서만 851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기금운용자산 중 19.3%를 차지하는 국내외 주식에서 전체 수익의 47.6%가 발생했다.

교공 측은 "IT와 금융주 등 대형주 비중이 높은 주식 직접투자의 운용 규모를 확대하는 등 탄력적인 운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대체투자 자산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대체투자 자산은 전년대비 1조2020억원 증가하며 5.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와 한라시멘트 전환상환우선주, KT오피스 기업구조조정리츠, 부실채권 투자 등에서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올해에는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중을 줄이고, 대체투자 비중을 더욱 늘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뛰어난 실적을 기록한 강 CIO의 연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강 CIO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교공 관계자는 "교직원공제회는 공모를 통해 외부인사를 데려오는 방식 대신 내부 승진을 통해 CIO가 선임된다"며 "과거 연임 사례가 있지만, 아직 임기가 남아 있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지난해 운용자산 25조원을 넘기며 법정 공제회 중 자산규모 1위로 올라섰다. 그래픽=서종열기자

군인공제회 추월한 행정공제회, 운용자산 11조원 돌파

행정공제회 역시 지난해 막대한 수익률을 올리면서 덩치를 불렸다. 2016년도 해도 자산규모에서 군인공제회에 밀렸던 행공은 지난해 운용자산이 1조6430억원으로 늘어나며 총운용자산이 11조원을 돌파했다. 아직 11조원대의 벽을 깨지 못한 군인공제회를 제치고 법정공제회 중 두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된 것이다. 업계 1위는 앞서 소개한 교직원공제회다. 

특히 운용부문에서만 자산이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여기에 지난해 법인세차감 전 잠정 당기순이익이 1972억원으로 추정되면서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이는 모습이다. 안정적인 기금운용에 투자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 30%에 불과했던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40%로 늘리고 국내는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의결권 행사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총 3곳의 의결권 자문기관을 선정해 자문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사회책임투자형 국내투자 운용사도 선정한다.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적기업으로의 역할을 다한다는 게 행공의 계획이다. 

행공의 투자총괄은 현재 장동헌 CIO가 맡고 있다. 장 CIO 역시 올해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전임 CIO 중에서는 연임 사례가 없다는 게 주목된다. 행공 측은 "CIO가 재임한 경우는 있지만 연임은 없었다"며 "8월 경 예정대로 CIO 공모가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자산증가 빠른 노란우산공제, 올해 9조원대 돌파할까

이밖에도 금융투자업계는 노란우산공제회를 주시하고 있다. 덩치가 큰 다른 공제회에 비해 아직까지 규모가 작지만,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만 해도 운용자산이 2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노란우산공제회는 2015년 3조8000억원대로 덩치를 키우더니, 2016년에는 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7조원을 넘어서며 전녀대비 30% 성장이라는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노랑우산공제회 측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소득공제와 수급권(압류금지) 보호가 자산 증가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기업이 파산해도 공제금은 압류대상에 빠지는 것은 물론,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한 점이 회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노란우산공제회가 올해 안에 운용자산 9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350만명에 달하는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중 공제회 가입자 수가 10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 가입자 수가 아직도 휠씬 많기 때문이다. 

공제회 한 관계자는 "노란우산공제회는 수급권이 보호되기 때문에 가입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이라며 "법정 공제회 중 노란우산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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