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최고 수준 상품방송판매 중단 위기…전병헌 전 청와대 수석 뇌물 연루 치명타

불꺼지는 롯데홈쇼핑 사옥의 밤.  사진=허홍국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롯데그룹 오너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계열사 롯데홈쇼핑이 잇따른 악재로 상품방송판매업 재승인에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최근 쿠쿠전자 밥솥 가짜영수증으로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뭇매를 맞은데 이어 회사 경영을 맡았던 강헌구ㆍ신헌 전임 대표가 횡령ㆍ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울러 2015년 사업 재승인을 받기 위해 거짓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재승인 탈락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관련업계는 지금까지 탈락 선례가 없었던 만큼 상황을 낙관하면서도 롯데홈쇼핑 재승인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재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이 자칫하면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최근 쿠쿠전자 밥솥 가짜 영수증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로 방송법상 최고 수준인 과징금 제재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결정 받은 것이 분위기를 확 뒤바꾼 것이다. 이미 2015년 사업 재승인 당시 거짓 사업계획서를 낸 사실이 강헌구 전 대표 횡령 혐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났고, 강 전 대표 전임자인 신 대표도 뒷돈 받은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은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GS SHOP과 CJ오쇼핑 등과 함께 쿠쿠전자 밥솥 판매방송을 진행하면서 실제 제품구매 후 발행된 영수증이 아닌 제조사의 요청에 따라 백화점이 임의로 발행한 가짜 영수증을 동원, 백화점보다 최대 22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다고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로 이달 방심위로부터 ‘과징금’ 부과 결정을 받았다. 특히 명확한 근거 없이 해당 제품의 백화점 판매실적이 높다는 설명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과징금 규모는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달갑지 않은 방심위 제재

롯데홈쇼핑 입장에선 이번 방심위 제재가 달갑지 않다. 2015년 롯데홈쇼핑 상품방송판매업 재승인 당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두 명 전임대표의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통상 방송채널 재사용 5년의 재승인을 3년 조건부로 내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제재는 최고 수준이어서 롯데홈쇼핑 재승인의 갈피를 잡기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한층 강화된 홈쇼핑 재승인 심사 기준은 부담이다. 미래부는 지난해 4월 홈쇼핑 재승인 심사기준에 공정거래 및 중소기업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를 상위 심사 사항으로 정하고 점수를 공표하기로 했는데, 롯데홈쇼핑은 공정거래 평가에서 낙제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두 명 전임 대표 과오에 이은 소비자 기만까지 기업이 하지 말아야 할 부도덕한 일에 적지 않게 연루돼 있는 까닭이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올해 1월 홈쇼핑업체로부터 총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진=뉴시스

전임 대표 횡령ㆍ거짓 과오들

우선 전임 대표들의 과오가 지워지지 않는 낙인으로 작용돼 이번 재승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회사를 대표하고 책임지며 솔선수범해야 할 선장이 잇따라 비리 혐의로 처벌 받은 것이 크다. 재계를 통틀어 한 회사에서 전임, 후임 대표가 경영 비리 혐의로 처벌 받은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 롯데홈쇼핑 입장에선 뼈아픈 대목이다.

여기서 거론된 선장은 롯데홈쇼핑 강헌구 전 대표와 신헌 전 대표다. 강 전 대표는 2015년 3월 거짓 사업계획서와 허위 심사위원 명단을 제출해 재승인 심사를 통과하고, 6억 8000여만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 대표 전임자인 신 전 대표는 2014년 방송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1억여 원의 뒷돈을 받고 회삿돈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특히 강 전 대표는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재승인 지원 대가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 원을 후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다. 관련업계에서는 전 전 수석 뇌물 의혹이 이번 재승인에 악영향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홈쇼핑 측은 수차례 연락에도 회신하지 않았다.

부도덕 기업 재승인 필요할까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1월 미래부에 1차 방송채널 재사용 허가 신청 서류를 제출했고, 올해 1월 2차 서류 접수도 마친 상태다. 롯데홈쇼핑이 각종 악재로 재승인을 받지 못하면 오는 5월 26일 사업권이 만료되고, 내년 5월까지 상품방송판매업을 영위할 수 있다. 관련법에는 재승인 받지 못하는 경우 1년간 청산할 기간을 주도록 규정돼 있다.

미래부는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순 롯데홈쇼핑 재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에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각종 경제 범죄를 저질러도 탈락한 선례 없었던 홈쇼핑 업계에도 경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고 수준의 징계를 받아도 불공정한 관행의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관련 기업을 퇴출시키는 것이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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