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피해자는 관광가이드, 문체부 노동여건 개선안 여행표준협약 반영 추진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외 여행사 간 계약서에 관광가이드 활동비 지급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최소한의 활동비를 보장해 대형여행사와 현지 여행사(랜드사), 현지 관광가이드로 이어지는 다단계 착취구조를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대형 여행사들의 저가 여행상품 경쟁으로 인해 관광가이드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행사와 현지 여행사(랜드사) 그리고 현지 관광가이드로 이어지는 다단계 착취구조로 인해 현지 관광가이드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사태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여행사들이 저가 여행상품을 판매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현지 여행가이드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아울러 여행객들에게 물건구매를 강요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여행가이드의 노동여건 개선안을 마련하고 이를 여행표준협약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는 14일 머리를 맞대고 해외 관광가이드 노동조건 개선안을 마련했다. 문체부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지난 12일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관광가이드에 대한 최소한의 활동비를 보장하는 내용의 여행표준협약을 삽입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국내외 여행사 간 계약서와 응찰서에 “을(해외여행사)은 여행서비스 품질향상과 소비자 후생증진을 위해 갑(국내여행사)이 송출하는 여행자를 인솔하는 가이드에게 여행자가 현지에서 직접 지불하는 가이드 경비의 최소 30~40% 이상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태국 등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현지 여행가이드들은 국내여행사들의 갑질행태에 대항해 노조를 결성했다. 이들은 국회와 인천공항, 여행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태국 현지 파업 등을 통해 열악한 노동조건 등을 공개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문체부는 가이드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해결을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선 여행상품의 품질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저가 여행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사례를 전파하고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여행상품 광고 표준안도 개발·보급키로 했다. 

더불어 해외 여행가이드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외 여행사간 계약서, 응찰서 등에 가이드 활동비의 최소 30~40% 이상을 지급토록 명시했다. 오는 23일에는 한-태국여행협회-관광공사간 현지 가이드 보호 등을 위한 협의를 진행한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문현군 위원장은 “저가 여행상품은 관광객 1인당 80만원을 관광가이드가 메워야 한다. 표준여행협약으로 다단계 착취구조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활동비 지급을 명분화함으로써 관광가이드 처우를 개선하고 실질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인규 노조 한국관광통역안내사본부장은 “최근 태국에서 관광가이드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휴일 없이 몇 달간 일하며 쉬고 싶어도 쉬지 못했는데 정말 심장마비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로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 본부장은 “대형여행사들이 저가 여행상품을 과도하게 판매한 탓에 관광가이드들이 쇼핑과 옵션으로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리고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여행상품별 현지비용이 다른 상황에서 ‘가이드 활동비 30~40% 이상 지급’이라는 애매한 문구 대신 상품별 기준과 표준약관을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형택 선문대 교수(국제레저관광학)는 “관광의 질을 높이기 위해 관광가이드에게 적정 수수료를 주고 억지 쇼핑을 강요하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취지에 의미가 있다”며 “여행상품에 가이드 비용을 포함시켜 명시하는 방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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