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주주 호텔신라 "주식 줄테니 돈달라" vs 최대주주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 "돈 없으니 담보(주식) 가져가라"

국내 1호 시내면세점 동화면세점을 놓고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3대 주주인 호텔신라가 서로 경영권을 떠넘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국내 1호 시내면세점으로 잘 알려진 동화면세점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대주주인 호텔신라와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서로 동화면세점의 경영권을 갖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법정다툼까지 벌이고 있어서다. 

재계에서는 동화면세점 경영권 사태와 관련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불리던 면세점 사업이 이제는 유통업체들의 고민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며 "사드 여파로 인한 유커의 축소, 전 정권에서 남발한 사업 인허가 등이 면세점 업계의 위축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동화면세점 갈등의 두 축인 호텔신라와 김 회장의 재판기일이 다음달 12일로 잡히면서 양측의 행보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호텔신라 풋옵션 행사에 디폴트로 맞선 김기병 회장

호텔신라는 지난 2013년 5월 동화면세점 주식 35만8200주(19.9%)를 취득하며 동화면제섬의 3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호텔신라는 "지분투자를 통한 양사간의 영업활성화 및 시너지 제고"를 지분 매입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호텔신라는 특히 동화면세점 주식 취득계약 과정에서 3년 후 투자금회수를 위한 풋옵션(주식을 되팔수 있는 권리)을 걸어 안정장치도 마련했다.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 지분 취득에 나선 것은 당시 면세점업계가 밀려드는 중국 관광객(유커)들로 인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세계그룹이 2012년 9월 업계 6위의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전격 인수하며 면세점 시장에 뛰어든 것도 호텔신라의 동화면세점 투자의 일정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하지만 3년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가 급작스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 결정을 내리면서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된 것. 당연히 면세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던 중국 관광객들(유커)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이는 결국 면세점 업체들마저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결국 호텔신라는 계약기간이 끝난 2016년 5월 동화면세점 지분을 김 회장에게 되팔겠다는 풋옵션 결정을 통보했다. 

문제는 김 회장이 호텔신라의 풋옵션 통보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수중에 자금이 없으니 계약 당시 담보물로 제공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가져가라고 호텔신라에 통보했다.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호텔신라에 넘기고 잔여지분 11.46%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총 49.9%만 보유하겠다는 게 김 회장 측의 입장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4월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에게 동화면세점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사진=뉴시스

한차례 조정 실패 후 결국 법정행, 4월12일 첫 재판 

현재 호텔신라와 김 회장의 측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호텔신라는 풋옵션을 행사한만큼 지분을 사가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김 회장 측은 변제능력이 없으니 담보물건을 가져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김 회장 측이 변제 능력이 있는데도 변제를 기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롯데관광개발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은 3월 기준 롯데관광개발 주식 1976만8171주(43.55%)를 보유하고 있다. 15일 종가(1만5000원) 기준으로만 2965억2256만5000원에 달한다.

게다가 김 회장은 특수관계사인 동화투자개발을 통해서도 롯데관광개발 주식 1550만5376주(34.16%)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주식 중 일부만 팔아도 동화면세점 주식대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 회장 측은 "호텔신라가 계약서 상의 주 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일반조항에 근거해서 매매대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계약서에 기재된 것처럼 담보로 제공된 동화면제섬 주식을 호텔신라에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호텔신라는 결국 소송을 택했다. 지난해 4월 서울 북부지법에 김 회장을 상대로 788억원대 주식 매매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 측이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서 첫번째 재판의 판결(무변론 판결 취소)이 취소됐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7월20일을 판결 선고기일로 잡았다. 하지만 선고 직전 김 회장 측이 답변서를 내면서 판결이 미뤄졌다.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겨진 이번 소송은 4월12일 첫 변론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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