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곳 자산화 비율 35%…글로벌 기업 2배 수준

인천 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홍의석 기자]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스코텍은 R&D 비용 전액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고, 제약‧바이오 대장주로 꼽히는 셀트리온 역시 이 같은 자산화 비중이 7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분류하게 되면 해당 사업연도 영업이익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이게 되는 ‘착시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투자자 피해 발생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폭등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R&D 비용 자산화가 지목되고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말 결산 내역이 공시되면 R&D 비용 회계처리 현황을 점검해 위반 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해 감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시가총액 4000억원 이상의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50개 기업 중 R&D 비용과 무형자산 내역을 공시한 3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곳(58.1%)이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31개 기업이 공개한 R&D 투자 금액 4868억원 가운데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금액은 1697억원으로 34.8%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주요 제약‧바이오사 11곳과 비교해 15.5%포인트 높은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R&D 비용 59조1177억원 중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비중은 19.3%(11조3857억원)에 그쳤다.

업체별로는 오스코텍이 R&D 비용 전체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으며, 코미팜(98%)과 차바이오텍(85.2%)도 80%대가 넘는 높은 비중을 보였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 ‘대장주’로 꼽히는 셀트리온 역시 자산화 비율이 76.0%에 달했다. 셀트리온은 R&D 비용 1540억원 가운데 1171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반면 코오롱생명과학(5.1%), 한올바이오파마(5.1%), 녹십자셀(3.8%), JW중외제약(2.5%), 셀트리온제약(0.2%) 등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진약품과 한독, 동국제약, 신풍제약, 환인제약, 케어젠 등 13개 기업은 R&D 금액 전체를 비용으로 처리해 논란의 소지를 없앤 것으로 평가됐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정부 판매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임상 실험에 들어가기 전부터 자산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상품화가 안 될 경우 자산으로 분류됐던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순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