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배운지 6개월 만에 오케스트라와 협연, 15일 금호아티홀서 연주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한국에서 색소폰의 대표적 이미지라면 1990년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당시 신인탤런트 차인표가 재즈바를 배경으로 격정적이고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만큼 재즈는 중후하고 부드러운 음색 때문에 중장년 남성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을 산산히 깨뜨리고 오히려 색소폰이라는 악기의 잠재력을 알리고 있는 색소포니스트가 있다. 크림반도 케르치 출신의 아샤 파테예바(28)다.

13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파테야바는 “제가 열 살 때 서른일곱살이던 아버지가 배우려고 색소폰을 사오셨는데 몸으로 그 소리를 직접 느끼니 굉장하더라고요. 여섯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색소폰에 단숨에 빠져들었죠” 색소폰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화사하게 웃었다. 

화려한 외모 덕분에 ‘색소폰계 요정’으로 불리는 파테야바는 색소폰을 배운지 6개월 만에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만큼 색소폰이라는 악기에 두각을 나타냈다. 2012 독일 음악 콩쿠르 1위를 비롯 2014 아돌프 삭스 국제 콩쿠르 3위, 2016 에코 클래식 어워즈 신인상과 오르페움 재단상, 베런버그 문화상 등을 받을 만큼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특히 라이프치히 게반트 하우스, 베를린 필하모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등의 세계 최고의 공연장에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이어가고 있는 파테야바는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색소포니스트다.

1840년경 벨기에의 음악가 겸 악기발명가인 아돌프 삭스(1814~1894)가 개발한 색소폰은 당시에는 클래식 음악에만 주로 사용됐다. 삭스 이전 시대에 활약한 클래식의 거장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교향곡에서는 색소폰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작곡가 베를리오즈와 비제의 교향곡에서는 색소폰을 사용했다. 

20세기 들어 재즈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더불어 색소폰이 미국의 상징적인 악기로 떠올랐다. 덕분에 클래식 음악과 색소폰이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파테예바는 “재즈의 인기와 더불어 색소폰이 상징적인 악기가 됐지만 클래식에서는 배제된 측면이 있다”고 재즈와 색소폰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현재 색소폰의 거장으로 불리는 워런 힐, 데이브 코즈, 케니 지 등은 주로 남성 재즈음악 연주자들이다. 또한 여성 색소폰 연주자 고바야시 가오리, 캔디 덜퍼 등도 역시 재즈 기반의 뮤지션들이다. 

이런 대세의 흐름 속에서 파테예바는 색소폰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슈만의 곡을 색소폰에 맞게 편곡해 연주를 통한 클래식 음악을 알리는데 자부심과 희열을 느끼고 있다. 

파테예바는 “익숙한 음악을 색소폰으로 들려줬을 때 다른 접근법과 해석이 나오면 즐겁다. 바흐도 당시 색소폰이 있었으면 이 악기를 위한 곡을 작곡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 때문에 어렸을 때는 재즈를 거의 듣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파테예바는 “클래식 음악에서 색소폰 연주는 입을 모아서 소리를 내뱉을 때 건조한데 재즈는 그 반대다. 재즈를 들을 때마다 ‘잘못됐잖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는 들을 수 없었다”고 그녀는 ‘색소폰이 재즈 악기’라는 말에 상당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재즈의 매력을 알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대단한 것이 많더라고요. 음향적인 것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자유로운 부분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죠.”

색소폰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유연함이다. 몸체는 금관악기처럼 보이지만 마우스피스에 끼우는 리드가 나무로 제작돼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색소폰은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파테야바는 “호흡법은 강렬한데 소리를 내는 방법은 세밀하죠”라며 섬세한 금관악기이자 강력한 목관악기라는 것을 설명했다. 

색소폰 연주가 클래식 음악과 재즈에서 다른 부분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리드가 달라요. 클래식음악에서는 작고 딱딱한 것을 사용하지만, 재즈에서는 크고 말랑말랑한 것을 사용하죠. 재즈가 우렁찬 소리를 낸다고 한다면 클래식은 보다 순수한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죠.”라며 경쾌하게 답변을 내놓았다.

파테예바의 이번 방한은 세 번째다. 2010년에는 개인적으로 여행이었고 약 3년 전 색소폰 앙상블 ‘알리아쥬 퀸텟’으로 다시 찾았다. 이 퀸텟은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에 마이어의 음반 녹음에 참여하기도 한 실력있는 유명한 퀸텟이었다. 

파테야바는 오는 15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클래식 나우!’ 시리즈를 통해 단독으로는 한국 청중과 처음으로 만나는데 1부에서는 에코 클래식 어워즈 수상 앨범에 수록된 드크뤽 소나타, 올브라이트 소나타를 비롯해 쾨클랭 에튀드 제2번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거슈윈 3개의 전주곡 무친스키 소나타에 이어 프랑수와 본의 카르멘 환상곡을 색소폰 연주를 통해 선보인다. 

이번 연주회에 가장 주목할 만한 곡에 대해서 그녀는 올브라이트 소나타를 꼽았다. “총 4악장의 곡인데 바흐 느낌이 나는 1악장부터 재즈 풍의 4악장까지 끝에서 끝으로 치닫는 구성이 일품”이라는게 그녀의 의견이다. 

색소폰을 개발한 벨기에의 음악가 삭스는 어렸을 때부터 ‘저주 받은 아이’로 통했을 만큼 목숨을 잃을 뻔한 고비가 셀 수없이 많았고 덕분에 색소폰의 운명 역시 험난했다. 

프랑스의 음악원에서는 클래스를 열었다가 학생이 없어 폐강되기도 했지만 색소폰은 끝내 살아남아 그 매혹적인 소리로 수많은 사람에게 음악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행운을 안겨주고 있다.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어려운 운명을 타고 난 악기인 건 맞아요. 하지만 저에게는 행운만을 가져다 준 악기입니다. 어떤 나라 어떤 장소에서든 어려움을 안긴 적이 없어요.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죠.” 파테야바는 미소를 지으며 색소폰의 대한 인연에 대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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