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실사, 정책자금 편중 독과점 부담...김홍국 하림식품 대표직 사임

지난달 27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 익산 제4산업단지에서 열린 '하림 푸드 콤플렉스(Harim Food Complex)' 조성을 위한 기공식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 등을 들어 하림 길들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 일곱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정부 정책자금이 하림 등 대기업에 편중되는 현상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자금 편중으로 독과점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배치되는 현상인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추가 현장조사를 했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장이 된 김상조 신임 위원장 취임 이후 벌써 일곱 번째 조사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총수 일가에 수익을 몰아주는 부당 내부거래의 타깃으로 하림을 선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하림식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림식품은 이에 따라 이강수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김홍국 회장의 사임과 관련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지나친 계열사 이사직 겸직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김 회장은 하림홀딩스와 하림, 제일사료, 엔에스쇼핑, 팬오션 등 12곳은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아 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사내이사 과다 겸직을 이유로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김 회장이 지난달 27일 하림식품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림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육류가공업과 축산물 관련 연구개발 등을 담당하는 하림식품은 NS홈쇼핑의 자회사로 하림그룹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하림홀딩스의 손자회사다. 

하림식품은 지난달 27일 하림푸드콤플렉스 착공식을 가졌다. 하림푸드콤플렉스는 전북 익산 12만709㎡ 부지에 가정간편식, 천연 소스와 조미료, 즉석밥 등을 생산할 3개의 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총 4000억원 규모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이강수 부회장이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림식품은 하림푸드콤플렉스 사업을 맡은 회사로, 푸드콤플렉스 착공을 시작해 이강수 부회장이 독립적으로 경영에 나서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재로서는 김홍국 회장이 추가로 계열사 대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상위 닭오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잠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재인 정부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닭‧오리 시장의 독과점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국회의원이 공개한 업계 내부자료에 따르면 2016년 도계수자를 기준으로 하림 2억9900만마리, 동우 1억4900만마리, 이지바이오 1억400만마리, 체리부로 8700만마리, 사조 5200만마리 등 상위 5개 계열사 시장점유율은 2009년 49.4%. 2012년 57.9%, 2016년 69.6%로 나타났다. 

또 상위 3개 닭고기 계열사의 시장점유률은 2009년 36.3%, 2012년 40.1%, 2016년 55.7%로 늘었다. 상위 10개 계열사의 시장점유율도 2009년 64.8%, 2012년 75.5%, 2016년 82%로 추정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07년부터 사료산업종합지원금 268억 원을 하림, 선진, 성화식품, 참프레, 에이스인티, 청솔 6개 기업에 지원했다. 이중 75%에 달하는 202억 원을 하림과 하림 계열사인 선진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산업종합지원금은 사료를 공급하는 닭‧오리 계열사를 상대로 융자 80%에 2년 거치 일시상환 조건으로 연 3% 금리로 지원하는 자금이다. 

김현권 의원은 "닭‧오리 산업이 갈수록 규모가 큰 소수의 민간기업만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어 계약농가의 계열사 종속구조가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이런 마당에 정부 정책자금 지원마저 큰 기업일수록 더 유리한 조건에 더 많은 자금을 받을 수 있게끔 이뤄진다면 육계‧오리 산업의 독과점화가 더 빠르게 진행돼 사익이 공익을 침해하는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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