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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에 상처받은 문화계...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 힐링한다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서 등장한 소확행, '힐링 에세이' 등 인기 확산
  • 양희중 기자
  • 승인 2018.03.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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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점가에는 ‘힐링 에세이’로 대변되는 '소확행'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소확행은 주택 구입이나 취업, 결혼 등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 보다는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 또는 느끼는 행복을 의미한다. 미닝아웃(Meaning out), 케렌시아(Querencia) 등과 더불어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선정한 2018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에서 쓰인 말로 시작한 ‘소확행’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최근 미투운동에 상처받은 문화계 전체에 불어닥친 ‘소확행’의 열풍이 문화계 각층의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서점가에는 ‘힐링 에세이’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소확행’의 영향으로 힐링 에세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증가하며 서점가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힐링 에세이’의 구매층이 30~40대보다는 20대로 나타났고 여성 고객 구매 비중이 전체의 62%로 남성(38%)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송현주 인터파크도서 문학 MD는 “이는 불확실한 사회적 현상으로 상처받는 일이 빈발하면서 현대인의 삶의 태도가 욜로나 소확행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모하고 다양한 에세이를 통해 그 방법을 찾으려는 욕구가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라고 최근 '소확행'에 영향을 받은 서점가의 모습을 말했다. 

또한 영화계도 '소확행'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가 100만 고지를 돌파하며 최근 영화계의 떠오르는 트렌드도 ‘소확행’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1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김태리·류준열·진기주의 ‘리틀 포레스트’는 10일 전국 699개 상영관에서 2874회 상영하며 11만4893명을 모아 3위를 지키는 한편 누적 관객 수를 102만4194명으로 늘렸다. 순제작비 15억원인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약 80만 명)도 넘어선 상태다.  

‘리틀 포레스트’는 서울에서 교사 임용고시에서 떨어진 뒤 합격한 남자친구를 남겨둔 채 도망치듯 시골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이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을 만나고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다는 작품이다. 

일본의 모리 준이치 감독이 이가라시 가이스케 작가의 동명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2부작 ‘리틀 포레스트:여름과 가을’(2014)과 ‘리틀 포레스트:겨울과 봄’(2015)을 한 편으로 묶어 재탄생시켰다.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와 뚝심 있는 연출, 더불어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음식이 선사하는 볼거리,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메시지 등 힐링영화에 감명을 받은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잔잔하면서도 강력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공연계도 '소확행'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1일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가 발간한 ‘2018 공연예술 트렌드 조사’에서 올해 공연계의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로 ‘소확행’을 지목했다. 

공연계는 올 한 해 이머시브 시어터가 약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머시브 시어터는 관객이 직접 극에 일부가 되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극을 말한다. 

기존 공연보다 규모는 작지만 개인적인 체험이 가능하고 서사가 가벼운 대신 그 빈 공간을 관객이 직접 참여해 나만의 이야기로 채울 수 있다. 연출이 객석의 의견을 받아 즉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극장 구석구석을 탐방하며 연극을 감상하는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문 서울예술단의 ‘굳빠이, 이상’. 모두 작년 전 석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한 올해 재공연을 준비하는 이머시브 시어터다. 

올 초 문화계는 ‘미투 운동’으로 많은 어려움과 부침을 겪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 현재 문화계 전체의 분위기다. 문화계 인사들은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트렌드 ‘소확행’이 문화계의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가 100만 고지를 돌파하며 최근 영화계의 트렌드도 ‘소확행’이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양희중 기자  techj7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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