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선공에 리딩뱅크 타이틀 되찾은 KB금융도 인수전 가세 

신한금융지주가 자산규모 업계 6위 ING생명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KB금융지주가 인수전에 새롭게 뛰어들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ING생명 매각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 인수전에 나선 가운데 KB금융그룹도 가세하면서 ING생명 매각결과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NG생명 인수 여하에 따라 금융권 1등그룹을 의미하는 '리딩뱅크' 업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먼저 예비 실사에 나선 신한금융의 발걸음이 빠르다. 하지만 KB금융의 진격속도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한차례 인수협의를 진행한 바 있어 먼저 예비실사에 나선 신한금융을 제치고 ING생명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리딩뱅크 타이틀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쳐온 신한금융과 KB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놓고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금융권의 두 지주사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최대 3조원대 이상의 가격이 예상되는 ING생명은 누구의 품에 안길까.

예비실사 나선 신한금융, 신한생명과 합병시킬까

ING생명 인수전에 먼저 나선 곳은 신한금융그룹이다. 조용병 회장을 주축으로 한 신한금융은 이미 ING생명의 매각가격에 대한 적정성을 살펴보기 위한 예비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ING생명의 최대주주는 국내 대표 사모펀드로 잘 알려진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라이프투자유한회사를 통해 ING생명의 지분 59.15%를 보유 중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ING생명의 매각가격이 주가를 기준으로 최대 3조원(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블록딜 형식을 통해 지분을 쪼개 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이미 초기 인수금액인 1조8000억원을 상장과 배당 등을 통해 모두 회수했고, ING생명이란 브랜드를 올해까지만 쓸 수 있는 제한도 있는 만큼 MBK파트너스와의 매각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험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현재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합병을 통해 덩치를 불리는 한편 자산건전성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ING생명은 국내 중형 보험사 중 유일하게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 17 도입시 자산가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다.

실제 31조원대의 자산을 보유 중인 ING생명이 신한생명(업계 7위, 자산 30조원대)과 합병될 경우 곧바로 생명보험업계 4위를 차지하고 있는 NH농협생명(자산규모 64조원)을 위협할 수 있게 된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큰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신한금융 측은 "ING생명을 비롯해 다양한 보험사를 살펴보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까지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2차례 고배 마신 KB금융, 이번에는?

KB금융그룹 역시 ING생명 인수전에 전격 뛰어들었다. 금융권은 지난해 신한금융그룹과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며 9년 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아온 만큼 ING생명 인수전에서도 KB금융이 공격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KB금융그룹은 ING생명 인수에 이미 2차례나 실패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12년 네덜란드 ING그룹의 매각결정에 ING생명 인수에 나섰지만, MBK파트너스에 밀린 바 있으며, 이후 지난해에도 MBK파트너스와의 인수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조정 실패로 결국 한발 물러선 바 있다. 

KB금융그룹이 ING생명 인수할 경우 그룹 내 계열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KB생명의 덩치를 불릴 것으로 보고 있다. KB생명(자산 기준 17위)은 자산 9조원대를 보유하고 있어 31조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ING생명보다 작다.

금융권에서는 ING생명의 매각가격을 최대 3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사진=다음증권 갈무리

 연말 라이센스 끝나는 ING생명, MBK파트너스의 선택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ING생명의 최대주주는 국내 대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59.15%)다. MBK는 지난 2013년 네덜란드 ING그룹에 1조8000억원을 주고 ING생명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MBK는 'ING'그룹과 5년간의 브랜드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다. ING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올해 말까지인 셈이다. 

MBK에 인수된 ING생명는 지난 4년간 재무구조를 꾸준하게 개선해왔다. 그 결과 ING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순이익은 922억원(누적 순이익 2736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이 적용될 경우 자산가치가 되레 늘어날 보험사로 ING생명을 지목할 정도다. 금융지주사들 역시 ING생명의 튼튼한 재무구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대목은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1조8000억원대의 비용을 거의 회수했다는 점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5월 코스피(유가증권) 시장에 ING생명을 상장시켜 1조1055억원을 회수했다. 또한 배당을 통해 나머지 투자금도 대부분 회수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MBK 입장에서는 매각대금 자체가 이익인 상황인 셈이다. 

금융투자업체 한 관계자는 "이미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한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거의 없다"면서 "신한금융과 KB금융을 비롯해 다양한 매각주체를 만나 ING생명의 가격을 최대한 올려 매각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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