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18명 중 14명 교체...하나 새 사외이사에 박시환 문 대통령 사시 동기

금융당국과 지배구조를 놓고 대립각을 펴왔던 KB·하나·신한·NH농협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이 대대적인 사외이사 교체에 나선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금융지주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진용 개편에 나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하나·신한·농협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 28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을 새롭게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가장 많은 이사를 교체하는 곳은 하나금융지주로 임기가 만료되는 5명을 모두 교체한다. KB금융과 신한금융, NH농협금융은 각각 3명을 교체 선임할 방침이다. 

주목할 부분은 새롭게 선임되는 사외이사들의 면면이다. 4대 금융지주사들이 새롭게 선임하는 사외이사들 중 상당수가 정부 관계자와 관련이 있거나 학연·지연관계를 맺고 있어 금융권은 사실상 친정부 코드 인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친정부 성향의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는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대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사들은 자진사퇴 등 특별한 사안이 없는 경우 최대 6년까지 연임하는 것이 당연시 돼 왔기 때문이다. 친정부 이사진으로 구성되는 4대 금융지주사들이 신임 사외이사들을 한발 앞서 살펴봤다. 

김정태 회장 3연임 앞둔 하나금융, 8명 사외이사 중 5명 교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수의 사외이사를 교체하는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 8명 중 5명을 새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압박이 결국 하나금융의 대대적인 사외이사 교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흥식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최종구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부터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강도높게 요구해왔다. 

새롭게 선임되는 하나금융 사외이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박시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박 교수는 인천지방법원과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대법관을 지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이 특징이다. 게다가 박 교수는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함께 대통령측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박 교수와 함께 선임되는 다른 4명의 사외이사들은 백태승 한국인터넷법학회 회장(전 금융감독원 규제심사위원장, 연세대 교수), 김홍진 한국남부발전 사외이사(전 재정경제부 감사담당관), 양동훈 동국대 회계학 교수,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 등이다.

새롭게 선임되는 이들 5명 외에 기존 사외이사 중에서는 윤성복, 박원구, 차은영 이사가 자리를 지켰다. 하나금융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주총을 거쳐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사외이사와 함께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내이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한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사내이사에서 제외된 것. 이에 따라 전체 이사회 구성원 숫자도 11명에서 9명으로 줄었다. 김 부회장과 함 은행장은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우려 때문에 이사진에서 빠졌다고 하나금융은 설명했다.

KB·신한도 신임 사외이사에 친정부 인사 포함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5명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변화에 나선 하나금융과 달리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각각 3명씩의 사외이사 교체를 예고했다. 

먼저 신한금융은 1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중 멤버 중 3명을 교체할 예정이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박병대 전 대법관과 김화남 제주여자학원이사장, 최경록 전 일본 게이오대 연구원 등을 추천했다. 이중 박병대 교수는 환일고 및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하나금융이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오른 박시환 전 대법관과 같은 사법연수원 12기 출신이다.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다. 

KB금융 역시 3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변호사 등이 신임 사외이사 후보다. 이중 선우석호 교수와 정구환 변호사가 정부측과 인연을 맺고 있다. 선우 교수와 정 교수는 경기고 동문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경기고 인맥'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정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NH농협금융 역시 3명의 사외이사 교체를 예고했다. 이달 중에 임기가 만료되는 민상기, 전홍렬, 손상호 이사가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에 돌입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들 3명의 사외이사 퇴진이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의 3연임 도전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새로운 하마평에 대한 얘기가 나돌고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2016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NH농협그룹의 체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연임 가능성도 높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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