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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한지 아날로그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정진:에코-바람으로부터’전유럽 빈터 투어 사진관과 공동 개최 70여점 소개
  • 양희중 기자
  • 승인 2018.03.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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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막 I 92-17, 1992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한지 아날로그 사진을 통해 시선의 오묘함을 담는 사진작가 이정진(57)은 냉철한 눈으로 존재하는 고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느끼고 본다는 평을 듣는다.

그의 스승이자 현대 사진의 아버지 로버트 프랭크(94)는 이정진의 작품을 ‘미국의 사막’을 인간이라는 야수가 배제된 풍경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높게 평가했다. 

1990년대 초 광활한 미대륙을 여행하며 마주한 원초적인 자연 풍경을 주제로 총 4개의 연작을 제작한 이정진은 광활한 자연 풍경위에 사막, 바위, 덤불, 선인장 등을 장엄하면서 숭고하게 보지 않았다. 현장을 포착하기보다는 사막이라는 장소에서 발견되는 물리적인 특징과 형상들을 극적으로 확대하거나 제거해버리면서 사막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인상을 담아냈다. 

특히 익숙한 사물과 풍경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시(時)적 사진과의 만남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오는 8일부터 한국 현대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테두리를 확대하는데 중요한 키포인트 역할을 자처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이정진:에코-바람으로부터’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사진 전문 기관인 빈터투어 사진미술관(Fotomuseum Winterthur)과 공동으로 추진되는데 한지 수공 기법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11점 등 대표작 70여점 소개한다.

파고다 98-19, 1998

지난 2016년 스위스 빈터투어 사진미술관, 2017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립미술관과 스위스 르 로클 미술관을 순회한 후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더욱 확장된 형태로 선보이는 전시로 사진작가 이정진을 아끼는 많은 팬들은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한지 수공기법으로 제작된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은 차별화된 작품이다.  작가는 사진을 고정된 장르로 규정하지 않고 작업 방식 및 인화 매체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 결과 한지를 발견했다. 

전통 한지에 직접 붓으로 인쇄할 수 있는 감광 유제를 바르고 그 위에 아날로그 프린트 기법을 통해 인화하는 매체와 이미지의 실험을 통해 물성과 질감을 탐구했다. 재현성과 기록성 복제성과 같은 사진의 일반화된 특성에서 벗어나 감성과 직관을 통한 시적 울림의 공간을 보여준다.

원래 이정진 작가의 전공은 공예다. 하지만 사진의 매력을 놓을 수 없었어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하고 졸업 후 ‘뿌리깊은 나무’ 사진기자로 약 2년 반 동안 근무했다. 이후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프레데릭 브레너가 스테판 쇼어, 제프 월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 12명을 초청해 진행한 2011년 ‘이스라엘 프로젝트’에서 유일한 동양인으로 참여해 국제 사진계에서 큰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3년에는 동강사진상 수상을 비롯해 2017년 국제 사진 아트페어인 파리 포토(Paris Photo)의 ‘프리즘’섹션에서는 주목할 만한 작가로 소개됐다. 

이번 전시에는 이정진의 작품 중 ‘미국의 사막 III’(1993~94), ‘무제’(1997~99), ‘바람’(2004~07)시리즈 등 그동안 쉽게 볼 수 없던 작품들과 작가가 한지에 인화하는 암실 작업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도 함께 공개된다. 

더불어 1990년과 2007년 사이 2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작가의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중 대표작 70여 점을 재조명하는데 각 연작들은 사막의 소외된 풍경, 일렁이는 바다와 땅의 그림자, 석탑, 일상의 사물 등 작가의 감정이 투영된 대상과 이에 대한 시선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모든 작품들은 모두 별도의 액자 없이 한지 프린트 원본 그대로를 볼 수 있게 설치되어 아날로그 프린트 작품의 독특한 질감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물성과 질감, 수공적인 것에 깊이 천착하여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조해 낸 이정진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라며 “익숙한 것들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9일 오후 2시 작가를 비롯 이번 전시의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한 빈터투어 사진미술관의 큐레이터 토마스 시리그와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섬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큐레이터 토크’가 진행된다. 전시는 7월1일까지.

 

양희중 기자  techj7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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