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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출신 성악가 이안 보스트리지 “열정적이고 젊은 한국관객에 깊은 인상”서울시향 2018년 올해의 음악가(Artist-in-Residence)에 선정
  • 양희중 기자
  • 승인 2018.03.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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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서울시향 2018 올해의 음악가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 강은경)은 매년 정상급 음악가를 초청해 올해의 음악가(Artist-in-Residence)로 선정하고 여러 차례의 공연으로 세계적인 음악가의 음악세계를 보다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시즌 첫 음악가로 선정된 성악가 이안 보스트리지(53)는 역사학자에서 성악가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있다. 영국 런던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인 그는 올해 세 차례 내한해 서울시향과 함께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안 보스트리지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학구적인 접근과 독창적인 해석으로 고전 레퍼토리의 단골 메뉴 바흐와 헨델 등을 비롯해 슈베르트의 연가 등으로 대표되는 독일 가곡에 스페셜티를 지닌 이 시대 최고의 성악가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즈음에 활동한 성악가를 보면, 당대 갈등과 사회·문화적인 것이 잘 반영돼 있어요. 시대의 불안, 흐름을 음악을 통해 보여줬죠.”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안 보스트리지는 “역사를 공부한 성악가로서 당대 흐름을 의도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사회·개인적 조건에 의한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상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한 강박의 해부’의 저술로 폴 로저 더프 쿠퍼 상의 논픽션 부문에서 선정된 이안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 가곡을 부를 때 고독감과 세상과의 단절을 표현하게 되는데 작곡가의 의도도 있지만 사회 맥락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고 술회했다. 

옥스퍼드 대학과 캠브리지 대학의 철학 및 역사학 박사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성악을 잊지 못해 1990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중 성악가의 길을 결심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 1993년 영국 위그모어 홀에서 첫 공식 데뷔한 보스트리지는 하이페리온 레이블에서 나온 첫 음반인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1996년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아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1998년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으로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상을 수상했고 출시했던 음반들은 모든 음반상을 석권했다. 특히 그래미상 후보에 15회나 올라 세계적인 성악가의 반열의 올랐다. 

현 옥스퍼드 세인트 존 대학의 명예교수이자 2014년 옥스퍼드 대학 클래식 음악 후마니타스 방문 교수를 지냈고 영국왕실의 CBE 훈장을 받기도 했다. 

성악을 시작하고 나서 글쓰는 자유로움을 얻었다고 하는 이안 보스트리지는 “학자적인 관점에서만 집필 했을 때와 달리 예술가의 시각으로 가지고 글을 쓰면 관점의 폭이 넓어지고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학자로서의 경력이 음악의 특정한 테마를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예술가로서 연주를 하는데 있어서는 살아 있는 음악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직관이라든지 다른 요소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2004년 첫 내한 이후 수차례 한국을 찾은 보스트리지는 한국의 클래식 음악의 평을 구하는 질문에 “청중들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 놀라웠다. 굉장히 열정적인 반응 역시 인상적이에요. 유럽에는 나이든 청중이 많은데 한국은 젊은 관객들이 많아서 깊은 인상이 남았죠.”라고 말했다.

보스트리지는 올해 4개 프로그램을 통한 총 7회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실내악 시리즈 I’에서 주특기인 독일가곡에서 나타나는 작별의 정서를 선 보일 예정이고 10일과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영국의 자부심’으로 추앙받는 브리튼의 ‘테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초연한다. 

보스트리지는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된 감회에 대해서도 “이미 여러 자료를 통해 서울시향이 ‘판타스틱’한 오케스트라라는 걸 알고 있었죠. 어제 리허설을 했는데, 제가 감기 기운이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영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오케스트라였습니다. 더구나 한국과 한국 청중을 좋아하는데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어요. 세계에서 활약하다 보면 뛰어난 한국 클래식 음악가를 자주 만날 수 있어요. 이번은 다른 나라에서 온 문화가 정치적, 이상적, 예술적인 면에서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보스트리지는 서울시향의 올해의 음악가 같은 상주음악가 제도를 이미 미국 카네기홀, 영국 바비칸 센터, 위그모어홀 등에서 경험했다. 상주음악가 제도는 일정 기간 오케스트라나 공연장과 호흡을 맞추는 것인데 세계적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위그모어 홀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 및 공연장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보스트리지는 상주음악가 제도에 대해 “장기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꼽았다. “위그모어홀에서 할 때는 고(古)악기와 현대 악기 작품들을 대조적으로 연주할 수 있어 좋았어요. 과거와 현재의 프로그램을 짜 독창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보스트리지는 한국에서는 음악가들과의 좋은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음악가들이 우정을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죠.”라고 한국에서의 활동을 기대하게 했다.

양희중 기자  techj7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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