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일 간 총 9차례 회의 끝 ‘보편요금제 도입’ 무산…정부 대안 시급
경실련, “통신사 무성의한 태도 가장 실망”…8차회의 땐 중도 퇴장도

지난달 22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출범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협의회)가 최근 3개월여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정부와 이통3사, 단말기 제조사, 소비자 및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협의회는 105일 동안 총 9차례의 회의를 끝으로 지난달 22일 활동을 종료했다. 하지만 통신비 인하 핵심 의제로 불리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관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안에 대해 무사안일하게 접근하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와 더불어 이통3사 역시 기본료 일괄 폐지 대안으로 나온 보편요금제마저 도입 반대를 주장하는 등 통신비 인하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저가요금제의 경쟁 부족으로 이동통신 시장의 이용자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정부 개입을 통해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통3사는 수익성 악화로 인한 사업 부담을, 시민단체에서는 데이터 제공량 확대를 주장하는 등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협의 도출에 애를 먹었다. 특히 알뜰폰 업계에서도 가격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면서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평행성을 달려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협의회가 해산되는 것을 지켜본 셈이 됐다. 향후 이통3사와의 보편요금제 도입에 관한 실무적 협의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추진했던 기본료 폐지도 이통3사의 강한 반대 속에 결국 무산된 경험이 있기 때문. 정부는 기본료 폐지 대신 선택약정 할인율을 상향한 바 있다.

이통3사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협의회에 참여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협의회 일정이 최종 종료된 직후 ‘가계통신비 부담, 끝내 외면한 통신3사’라는 성명을 통해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통신사의 무성의한 태도”였다며 “보편요금제 도입과 관련, 비싼 이동통신 요금이 객관적 자료로 검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아무런 대안 제시 없이 논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일 열린 제8차 회의에서는 이통3사가 보편요금제 대안을 제시하라는 위원장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도입 자체를 반대하자 경실련을 비롯해 소비자시민모임‧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 시민단체 위원 4명이 중도 퇴장하는 일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경실련은 “작년 SK텔레콤은 최대 매출을, KT는 매출 23조원대 회복을, LG유플러스는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저가 요금제 출시를 못 하겠다고 버티는 통신사들을 규탄할 수밖에 없다”며 “통신사, 제조사, 학계, 정부, 시민단체까지 통신비 관계 전문가가 총망라해 모인 협의체를 통해 이전에는 없던 공론의 장이 마련됐는데 통신3사가 성의 없는 모습을 보여 회의가 무산됐다”고 규탄했다.

한편 협의회 일정이 종료됨에 따라 보편요금제 도입 등 통신비 인하 대책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협의회는 입법과정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그 간의 논의결과를 정리한 결과보고서와 함께 회의록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협의회 논의 결과와 별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6월 보편요금제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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